[ET단상] 재난 현장 휴대폰 위치 파악,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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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혁준 광운대 교수

재난·재해 현장에서 구조 대상자의 휴대폰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일은 생명과 직결된다. 그러나 휴대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구조대가 대상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치 추적 기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려워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5년 대전 초등학생 살해 사건에서는 아버지의 위치 확인 앱이 줄곧 학교를 가리켰지만, 경찰의 16차례 위치 추적 결과가 학교·인근 아파트·유치원 등으로 엇갈려 수색에 혼선이 빚어졌다. 2026년 3월 대구에서도 119에 도움을 요청한 공무원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한 채 구조대가 철수했고, 해당 공무원은 다음 날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긴급구조 위치 파악은 약 30년간 제도와 기술 개선이 이어져 왔지만, 아직도 기술적·제도적 한계가 존재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996년부터 이동통신 긴급전화의 위치정보 제공 의무를 도입하고 관련 기준을 강화해 왔다.

FCC는 기지국 정보에서부터 휴대폰의 위도·경도, 실내 수평·수직 위치까지 위치정보 요구 범위를 넓혀 왔다. 가장 최근 긴급구조 측위의 요구조건으로는 (실내를 포함한) 수평 오차 50m 범위와 실내 수직 오차 ±3m 범위를 만족하는 것이다.

FCC의 측위 기준을 충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기술적 과제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요구조자가 위치한 건물·층·방까지 정확히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 측위 정확도 확보와 실제 구조에 필요한 위치 확인 사이에는 여전히 틈이 존재한다.

실내에서는 GPS 신호가 거의 수신되지 않아 측위에 활용하기 어렵다. 와이파이도 공유기 배치와 장애물에 따라 신호가 달라져 같은 장소에서도 오차가 생긴다. 따라서 특정 건물에서 성능을 확보해도 다른 환경의 정확도까지 보장할 수 없다. 또 와이파이 공유기가 설치되지 않은 실내에서는 위치 파악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화재나 건물 붕괴는 평상시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만든다. 기존 통신 환경이 훼손돼 사용이 제한되고, 구조대원의 내부 진입까지 제한될 수 있다.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위치를 확보할 수단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단말기의 기종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폰은 본인의 긴급전화와 가족·지인 등 제3자의 구조 요청에 따른 지원 범위가 다르다. 본인 긴급전화에는 위치정보를 제공하지만, 제3자 신고에 따른 제공에는 제약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스스로 신고할 수 없는 실종자의 수색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구조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별 기업의 기술 개발이나 구조기관의 현장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통신사·제조사·경찰·소방을 연결하고 장기 연구와 실증을 지원해야 한다. 또, 실내·지하·화재·붕괴 등 다양한 상황별로 성능과 실패 조건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종자 수색을 위한 GPS 위치정보 요청 48만851건 가운데 회신을 받은 경우가 10만4638건(21.8%)에 그쳤고 와이파이 위치정보 역시 48만7517건 중 12만3725건(25.4%)만 회신 됐다. 실제 GPS와 와이파이를 활용한 위치 파악에 아직도 많은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긴급구조 위치 파악을 공공 안전 과제로 보고 정부 차원의 개선을 이어 왔다. 유럽연합(EU)은 위치 자동 전송 체계 도입에 재정을 지원함과 동시에 2022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GPS와 와이파이를 사용한 위치 파악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일본도 3세대 이동전화에 신고 발신 장소 또는 기지국 위치정보를 긴급전화 접수기관에 통보하도록 법령상 의무를 부여했다.

긴급신고가 접수되고도 정확한 장소를 찾지 못한 국내 사례들은 위치정보 확보와 현장 대응의 한계를 보여준다. 미국과 EU는 이러한 한계를 줄이기 위해 위치정보 제공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 도입을 지원해 왔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과 긴급구조 체계가 현장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정부 차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혁준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 hj_o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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