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과 규제체계 재정립에 대한 담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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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CLARITY Act)이 주목받는 이유는 '토큰 자체'와 '토큰을 이용한 투자거래'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하기 때문이다. 토큰을 발행해 개발자금을 모집하는 단계에서 투자계약이 성립했다면 해당 거래에는 증권법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블록체인이 실제로 가동되고 토큰이 네트워크 내에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됐을 경우,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토큰 자체까지 최초의 투자계약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상원 논의 과정에서 등장한 '네트워크 토큰(network token)'이나 '부수자산(ancillary asset)' 등의 개념도 이러한 구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와 관련이 있다. 토큰 발행 단계에서는 공시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이후에는 토큰 자체를 기존 증권과 구분해 취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SEC의 최근 정책 변화와도 일정 부분 연결된다. SEC는 디지털자산 자체와 디지털자산이 투자계약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구별하는 방향으로 해석을 발전시켜 왔다. 특정 디지털자산 자체가 반드시 증권은 아니더라도 발행자가 중요한 경영·사업적 노력을 약속하고 투자자가 그 노력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며 자금을 제공한다면 해당 거래가 투자계약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발행자의 핵심적인 역할이 종료되고 디지털자산이 독립적인 네트워크에서 기능하게 될 경우에는 해당 자산과 최초의 투자계약을 구분할 여지가 생긴다. 이는 디지털자산에 대해 고정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하기보다 발행과 판매, 유통의 각 단계에서 경제적 실질을 판단해야 한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CLARITY Act와 같은 입법이 필요한 이유는 규제기관의 해석과 법률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SEC나 CFTC의 지침과 해석은 시장참여자에게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지만 의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의 구성이나 행정부의 정책방향이 바뀌면 규제기관의 해석이 변경될 수 있으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존 기준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의회가 디지털자산의 범주와 SEC·CFTC의 권한, 거래소와 중개기관의 등록체계를 법률에 명시하면 시장참여자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CLARITY Act의 목적도 특정 기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보다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증권법과 상품법의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설정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규제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거래소가 취급하는 토큰이 증권이라면 해당 거래에는 증권거래법상 등록과 시장규칙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해당 자산이 디지털상품으로 분류되면 CFTC 중심의 별도 규제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디지털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어떤 자산을 상품으로 볼 것인지는 거래소의 상장 정책과 사업모델,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CLARITY Act는 지금까지 규제 공백으로 지적돼 온 디지털상품 현물시장에 등록제와 시장감독 체계를 구축하고, 중앙화된 거래플랫폼과 중개기관을 명시적인 규제 범위 안에 포함시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CLARITY Act를 단순한 규제완화 법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제 대상을 재분류하고 감독체계를 제도화하려는 법안에 가깝다.

법안을 둘러싼 논쟁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법안 지지 측은 현재 미국의 규제체계가 개별 소송과 행정해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참여자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어느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발행기업과 거래소가 사전에 법적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고, 이는 미국 내 블록체인 사업과 기관투자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비판 측에서는 디지털상품이라는 별도 범주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기존 증권법이 제공하던 투자자 보호가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발행사의 공시 수준, 내부자 거래, 시장조작, 자금세탁 방지, DeFi와 비수탁형 프로토콜에 대한 규제 범위 등도 주요 쟁점이다. 따라서 CLARITY Act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금융시장에 어느 수준의 규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할 것인가에 관한 시장구조 논의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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