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틀을 깨고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개별 미래 영역을 하나의 생태계로 융합해 모빌리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도전 뒤에는 취임 이후 일궈낸 탄탄한 경영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도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약 727만 대를 판매하며 2022년 이후 글로벌 '톱3' 지위를 굳혔다. 양사의 연간 합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고, 연간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도입과 하이브리드 공급 확대 등 유연한 전동화 전략을 펴고,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의 고부가가치 판매를 늘린 결실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글로벌 누적 판매 150만 대를 돌파하고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을 선보이는 등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렸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역시 지난해 246억 달러로 인터브랜드 기준 30위에 안착했다.
축적된 사업 경쟁력은 대규모 미래 투자의 든든한 실탄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5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전북 새만금 AI 밸리에 9조원, 영남권 미래차 거점에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하는 등 전국 단위 혁신 거점을 구축한다. 미국에서도 260억 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를 잇는 '쇳물부터 완성차까지'의 현지 일관 생산 체계를 다지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제시한 '피지컬 AI'는 제조 현장과 모빌리티 디바이스 전반에 AI를 이식하는 프로젝트다. 모셔널(자율주행), 보스턴다이나믹스(로보틱스), 포티투닷(SDV)을 축으로 엔비디아, 웨이모, 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동맹을 넓혔다. 최근에는 HMGMA 내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제조 공정에 투입하기 위한 실증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피지컬 AI 설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 조직문화도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앞세워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하고 본사 로비를 개방형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유연한 소통을 이끄는 한편, 전 임직원이 생성형 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도록 독려해왔다.
다만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뚫어내야 한다. 아울러 AI와 로보틱스 도입이 가속화되는 산업 전환기에 발맞춰 안정적인 노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피지컬 AI 비전을 실질적인 사업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