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만 증명? 그 너머의 베이비몬스터 [이금준의 담다디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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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에 관한 소식은 대부분 숫자로 도착한다. 스포티파이 팔로워 '900만 명', 유튜브 구독자 '1330만 명' 및 누적 조회수 '100억 회' 돌파. 첫 교세라돔 오사카 공연에서는 이틀 동안 '9만 명'을 불러 모았다.

숫자는 분명 중요하다. 신인 그룹이 데뷔 3년 차에 이 정도 규모를 쌓았다는 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숫자가 쉼 없이 쏟아질수록 묘한 착시가 생긴다. 무엇이 커졌는지는 보이는데, 어떻게 커졌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베이비몬스터에게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오히려 기록과 기록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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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를 설계하는 팀

지난 6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두 번째 월드투어 '춤(CHOOM)'은 그 단서를 보여 준 자리였다. 격한 안무 속에서도 라이브가 흔들리지 않았고, 랩과 고음, 화음이 고르게 버텼다. 데뷔 때부터 따라붙은 '실력파'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인이었다.

더 의미 있는 변화는 무대 뒤에서 일어났다. 멤버들이 이번 공연의 선곡과 편곡, 연출 논의에 직접 참여했다. 히트곡과 수록곡을 고루 섞은 세트리스트, 멤버별 솔로 무대, 앙코르 리믹스까지 공연 곳곳에 그 흔적이 묻어났다. 주어진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팀에서, 무대를 함께 설계하는 팀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다. 관객 수로는 잡히지 않는 성장이다.

일본 공연에서는 멤버 전원이 통역 없이 일본어로 관객과 대화했다. 오사카 사투리를 섞은 멘트로 객석을 웃기기도 했다. 9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그 9만 명과 어떤 언어로 마주했는지가 이 팀의 현재를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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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들리는 노래

활동 방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세 번째 미니앨범 '춤(CHOOM)' 발매 이후 베이비몬스터는 타이틀곡 하나에 힘을 몰아주는 대신 수록곡과 디지털 싱글까지 무대에 올렸다. 석 달 남짓한 기간에 네 곡을 꾸준히 선보였다. 첫 주 성적으로 컴백의 성패를 가르는 익숙한 공식과는 다른 선택이다.

그 결과가 발매 11주 차에 나온 타이틀곡 '춤'의 미국 미디어베이스 톱 40 라디오 차트 진입이다.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시카고의 주요 방송국에서 곡이 흘러나왔다. 현지 프로모션 없이 오른 35위는 순위 자체보다 시점이 더 흥미롭다. 대부분의 컴백이 첫 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시장에서, 이 곡은 석 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새로운 청자를 만났다. 반짝 화제가 아니라 꾸준히 들리는 곡이 되었다는 뜻이다.

◇ 기록 다음의 이야기

기록은 팀의 위치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는 언어다. 다만 기록만 반복되면 팀은 '대단한 그룹'으로는 기억되어도 '어떤 그룹'으로는 잘 기억되지 않는다. 숫자는 '얼마나'를 말해 주지만 '왜'까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게다가 대중이 숫자에 익숙해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이번 달의 최고 기록은 다음 달 다른 팀의 소식에서 갱신된다. 기록으로만 쌓은 존재감은 그만큼 빨리 희미해진다.

베이비몬스터에게서 숫자 너머로 읽어야 할 것은 '어떤'에 대한 답이다. 무대를 직접 고민하는 멤버들, 현지 관객의 언어로 말을 거는 태도, 첫 주 대신 석 달 뒤를 내다보는 활동 방식. 이 팀의 진짜 성장은 그 장면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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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가 한창인 가운데 다음 장면도 예고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공식 블로그에 'COMING SOON' 포스터를 올리고 베이비몬스터의 신곡 발매일을 오는 23일 오후 1시로 못 박았다. 6월 8일 디지털 싱글 'SUGAR HONEY ICE TEA'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신곡이 나오면 이번에도 조회수와 차트 순위가 먼저 쏟아질 것이다. 다만 이번만큼은 그 숫자 너머를 함께 들여다볼 만하다. 무대를 직접 고민해 온 멤버들이 그 고민을 음악에 어떻게 담아냈는지, 첫 주가 지난 뒤에도 이 노래가 오래 들릴 수 있을지. 베이비몬스터의 다음 성장은 그 질문들의 답 속에 있지 않을까.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