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연구진이 빛을 받으면 내부 반응을 일으키며 장기간에 걸쳐 모양과 조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하이드로겔 소재를 선보였다. 생물체가 성장하면서 형태를 바꾸는 과정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향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조직공학, 소프트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 두쉐민 교수 연구진은 생명체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구조 변화에 착안해 'STERS(spatiotemporally evolving reactive species)'라는 기술을 고안했다.
연구진이 만든 소재는 갈륨 계열 액체금속 입자와 비닐 단량체를 결합한 하이드로겔로 구성된다. 근적외선을 한 번 쬐면 내부에서 화학적 변화가 시작되고 이후 최장 4주간 반응이 이어진다. 액체금속 표면에서는 산화와 산화막 제거가 거듭되며 반응성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과정이 하이드로겔의 형태를 점진적으로 바꾼다.
지금까지 개발된 스마트 소재가 외부에서 자극이 가해졌을 때 즉각적으로 변형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연구는 상처가 아물거나 배아가 자라는 과정처럼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장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수일에서 수주에 이르는 시간 동안 소재의 변화를 미세한 영역부터 눈에 보이는 규모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연구진은 해당 하이드로겔을 활용해 줄기세포가 뼈세포 및 신경세포와 비슷한 형태로 분화하도록 유도했다. 또 뇌-기계 인터페이스용 전극에 소재를 입힌 뒤 쥐 배아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뇌파를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로봇 기술에 접목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두 교수는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동작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피부나 감각과 같은 물리적 특성까지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소재가 향후 소프트 로봇이나 센서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시간에 걸쳐 상태가 변하는 특성을 이용한 실험도 수행했다. 한 달 동안 서서히 색상이 달라지는 하이드로겔을 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소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시각적 센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험했다.
실제 제품이나 의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인체 조직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만큼 소재의 변화 속도를 각 조직에 맞게 세밀하게 맞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보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변형되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신호를 가해 원하는 순간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제어하는 기술도 요구된다.
액체금속이 인체 조직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려됐다. 연구진은 소재를 여러 층으로 둘러싸는 이른바 '샌드위치 구조'를 적용해 액체금속 성분이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Matter'에 지난 9월 4일 실렸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