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적용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급변한 산업 구조에 맞춰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 경쟁 구도가 이동통신 3사 중심에서 알뜰폰·인공지능(AI)·플랫폼으로 재편됐지만 법·제도는 여전히 기간통신사업자에 의무와 비용을 집중하는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뒷받침할 망 이용대가 제도화와 업태별 공정한 역할·비용 분담도 주요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AI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1984년 공중전기통신사업법으로 제정된 이후에 1991년과 2020년 두 번의 전부 개정을 거쳐 현재 법 체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통신시장 환경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던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다수 알뜰폰 사업자와 경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플랫폼과 AI 서비스가 통신망 이용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통신업계와 전문가는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는 기본 틀을 다시 설계하기보다 새로운 정책 과제가 등장할 때마다 관련 규정을 추가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방식이 반복돼왔다. 법의 기본 골격은 여전히 통신설비를 중심으로 한 기간통신역무와, 그 설비를 이용하는 부가통신역무라는 구도에 의존하고 있다.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경쟁구도도 달라졌지만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비대칭 규제와 재정 부담은 그대로 남았다. 기간통신사업자인 이동통신사에 대한 상호접속·도매제공 의무뿐 아니라 주파수 할당대가와 보편적 역무 제도 등 금전적 책무는 여전하다. 연간 1조3600억원에 달하는 취약계층 요금감면 재원도 통신사가 전액 부담한다.
이에 전기통신사업법도 통신·플랫폼·AI 시장의 경쟁 구조와 영향력을 반영해 사업자 간 책임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지속가능한 경쟁과 투자를 뒷받침하는 체계로 재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AI 인프라 역할을 할 네트워크 투자 여력 확보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 역시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통해 통신사를 규제 대상이 아닌 디지털 인프라 투자 주체로 재정의했다. 특히 통신사와 콘텐츠사업자(CP) 간 망대가 분쟁을 규제기관이 조정하도록 하고, 네트워크 슬라이싱 같은 특화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내용이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통신업계는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도 망 이용대가 제도화로 비용 분담 원칙을 세우고, 5G 단독모드(SA) 시대에 맞춰 망중립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보편적 역무는 분담 범위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넓히고, 단순 요금감면 대신 통신비·단말·AI·OTT를 아우르는 바우처 방식으로 전환하면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여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