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의 선박 공격이 잇따르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선원들의 보수가 크게 뛰었다. 특히 선장의 경우 기본 급여와 항해 수당을 합치면 해협을 한 차례 지나는 것만으로 2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유조선 선장에게 월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5만달러(약 6700만원)의 추가 보상이 붙는다. 통상적인 월 급여인 1만5000달러(약 2010만원)와 비교하면 약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홍해 남부와 오만만을 항해하는 선원들의 보수도 평소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일반 선원의 경우 기존 월급이 1500달러(약 201만원) 수준이더라도 위험 지역을 지날 때는 4~6배에 달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선박회사들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위험 부담에 대한 별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운항에는 한국 장금상선(시노코)을 비롯해 그리스 다이나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 아드녹, 쿠웨이트유조선회사 등 일부 선사가 투입된다. 이들 선박은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실은 뒤 오만만 인근 푸자이라 앞바다에서 대기 중인 다른 유조선으로 화물을 넘기는 방식으로 운항한다. 한 차례 왕복에는 약 나흘이 소요된다.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에는 선장을 포함해 최대 35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 위험에 노출된다. 야간 항해 과정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으며, 미 해군은 오만 연안 항로에 방공 전력을 배치해 선박을 지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들을 선원들 사이에서 사실상 '용병'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해양보안업체 뱅가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이후 발생한 선박 공격은 최소 14건이다. 이달 3일 이후에는 4척이 추가로 공격받았다. 최근 들어 공격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월 28일 이후 공격을 받은 선박을 최소 93척, 목숨을 잃은 선원을 24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운 분석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한 선박 가운데 약 2%가 공격 피해를 입었다. 지난 4일 하루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3척에 그쳤다. 일주일 전 같은 요일의 24척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선박 공격이 늘어난 시점은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다. 다만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 자체는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약 3분의 1 적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전쟁 전에는 하루 평균 약 135척이 이 해협을 이용하며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를 운송했다.
운임 상승도 선원에게 지급되는 고액 보수의 배경으로 꼽힌다. 원유 수송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높은 운송비를 감수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운임은 이번 주 하루 130만달러(약 17억4200만원)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하루 2만~5만달러(약 2680만~6700만원)에 불과했다.
선주들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선박 가치의 6~10%에 해당하는 전쟁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한 차례 운항에만 최대 2000만달러(약 268억원)의 보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연료 가격 역시 상승했다. 가격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걸프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주요 급유항인 푸자이라의 초대형 유조선용 연료유 가격은 전날 기준 톤당 686달러(약 91만9000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7% 오른 가격이다.
스콧 버거론 올덴도르프 캐리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영국에서 열린 해운 콘퍼런스에서 “이 선박과 선원들이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며 “안타깝지만 이것이 새로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항로에 투입되는 선원 상당수는 필리핀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지역 출신이다. 자국에서 얻기 힘든 높은 임금을 기대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높은 보수가 위험을 상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포워드선원노조의 마노즈 야다브 사무총장은 일부 선주가 승선을 거부하는 선원을 다른 인력으로 교체하겠다고 압박하는 한편 귀국에 드는 비용까지 임금에서 공제하겠다고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원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거부하면 일자리를 잃고, 받아들이면 생명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