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업계가 대형 품목을 앞세운 코프로모션(공동판매)에 속속 나서면서 파트너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자체 개발 신약보다 시장 진입이 빠른 대형 품목을 기존 영업망에 얹어 외형과 포트폴리오를 함께 키우고, 계약 종료로 생기는 매출 공백은 새 품목으로 메우는 모습이다. 기업별로 경쟁사 품목 흡수부터 품목 세대교체, 영업 세분화 전략 등 공동판매 전략이 엇갈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미국 오가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아토젯(성분명 에제티미브·아토르바스타틴)' 국내 유통을 맡고, 한국오가논과 영업·마케팅 전반 협력에 나섰다. 아토젯은 최대 용량 조합인 10·80㎎까지 4가지 용량을 갖춰 초고위험군 환자에게도 처방된다.
보령은 자체 개발 고혈압 신약 '카나브' 제품군으로 쌓은 만성질환 영업 역량과 전국 병·의원 네트워크를 아토젯 판매에 연계할 계획이다. 카나브 제품군은 국내 고혈압 약품 1위 품목이다.
아토젯은 종근당이 2016년 1월부터 10년간 팔며 연간 처방액 1000억원대로 키운 품목이다. 7월 31일 종근당과 한국오가논의 계약이 끝나면서 보령으로 넘어왔다. 올해 상반기 처방액은 669억원으로 1년 새 7% 늘었다. 한국오가논은 비염 치료제 '나조넥스' 새 파트너로도 종근당 대신 보령을 택했다. 2024년엔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 파트너도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바뀌었다.
종근당은 대형 품목으로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한국법인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1월 유통계약을 맺었다. 같은해 12월 독일 바이엘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도 들여왔다. 위고비는 올해 상반기 종근당에 935억원(1분기 488억원·2분기 447억원)의 매출을 안기며 최대 품목이 됐다.
유한양행은 판권사와 병원 규모별로 영업을 나눴다. 최근 한국노바티스와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랩시도(성분명 레미브루티닙)'의 국내 유통·판매·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 종합병원 판촉은 한국노바티스가, 국내 유통과 병·의원(클리닉) 판촉은 유한양행이 맡는다.
올해 4월 허가받은 랩시도는 비만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효소 BTK(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를 억제하는 먹는 약으로, H1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성인 환자에게 처방된다. 판권사가 파트너를 영업조직 규모보다 채널별 강점으로 고르는 셈이다.
제약사들이 코프로모션에 나서는 건 신약을 직접 개발할 때 따르는 장기간 연구개발·임상·허가 위험을 줄이면서 기존 영업망으로 곧바로 매출을 낼 수 있어서다.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비만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처방 수요가 꾸준해 영업조직 생산성을 높이기에도 유리하다.
다만 코프로모션으로 매출이 늘어도 이익 상승은 제한적이다. 타사 제품을 들여와 파는 만큼 판매액 상당 부분이 제품 공급사 몫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계약이 끝나 파트너가 바뀌면 해당 품목 매출은 통째로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은 단기 외형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 배분 구조상 실제 이익이 제한적이고, 계약이 끝나면 매출 공백이 발생해 외부 품목 판매 대행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며 “공동판매로 확보한 현금과 영업 역량을 자체 제품 및 신약 개발로 연결해 직접적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