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디지털 창업사] 〈9〉인터넷 정보의 관문, 야후·다음·네이버 웹포털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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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사학회 부회장·전자신문 명예기자

1990년대 후반 국가 부도 위기 속에서 추진된 대기업 구조조정,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그리고 벤처 육성책은 서울 테헤란로를 닷컴 창업 열풍의 진원지로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웹사이트가 쏟아져 나오던 인터넷 공간의 첫 관문은 바로 인터넷 포털(Web Portal)이었다. 전 세계를 호령하던 절대강자 야후는 왜 유독 한국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쥐고 물러나야 했을까?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도 토종 포털들은 어떻게 검색 주권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1997년 삼보컴퓨터와의 합작으로 상륙한 야후코리아는 막강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정교한 웹 디렉터리 체계를 앞세워 초기 국내 시장을 단숨에 평정했다.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 외산 엔진의 진입과 다음, 네이버, 엠파스, 프리챌, 드림위즈 등 토종 포털들의 난립 속에서도 야후는 80%가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과시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야후의 최대 자산이었던 글로벌 표준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본사의 기술진은 단일 규격을 고수하느라 한국 이용자 특유의 “빨리빨리” 요구하는 사항을 제때 받아들이지 못했고, 검색 품질 경쟁에서 뒤처진 야후는,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반면 토종 포털의 성장은 치명적인 결핍을 기회로 바꾼 혁신의 역사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메일과 다음 카페를 통해 형성된 인간관계의 네트워크를 자물쇠(Lock-in) 효과로 엮어냈고, 이용자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종의 '인터넷 잡지' 모델을 구축했다. 한편 네이버는 당시 인터넷에 한글 웹사이트가 거의 없던 상황을 검색 기술과 사용자 참여 모델로 돌파했다. 2000년 분산된 검색 결과를 한 화면에 모아주는 통합검색을 도입했고, 한게임 합병으로 확보한 자본을 발판 삼아 2002년 지식iN을 출범시켜 방대한 이용자 생성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 이어 블로그, 카페, 지식iN을 자체 검색망으로 엮어내는 수직 통합형 생태계와 키워드 검색광고를 완성하며 포털 패권을 장악했다.

이 같은 포털의 플랫폼 인프라는 국내 창업 생태계의 요람으로 기능했다. 포털의 첫 화면과 검색창은 신생 스타트업들이 큰 비용 없이도 초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릭당 과금(CPC) 방식의 검색광고는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창업가들에게 고효율 마케팅과 상권 분석의 기회를 안겨주었다. 콘텐츠 영역의 혁신도 돋보였다. 다음 '만화속세상'과 네이버 웹툰은 마우스로 화면을 내리는 스크롤 방식을 표준화했고, 아마추어 작가 누구나 실력으로 데뷔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열었다. 고사 직전이던 만화 시장은 글로벌 웹툰 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개인이 지식재산권(IP)의 주체 되는 1인 창작자 경제가 열렸다.

포털이 남긴 값진 유산은 플랫폼 운영 경험과 성공 자본이 후속 벤처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2006년 네이버가 검색 벤처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한 일은 대표적 분수령이었다. 이때 합류한 기술진은 일본으로 건너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구축했다. 첫눈의 창업자 장병규는 엑시트 자금으로 초기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를 설립해 배달의민족에 시드 투자를 집행, 1000배의 회수 실적을 남겼고 이는 크래프톤 창업으로 이어졌다. 다음 창업자들 역시 프라이머, 매쉬업엔젤스, 소풍 등을 설립해 스타트업과 소셜벤처의 마중물이 되었으며, 다수의 혁신 기업 창업가들이 포털에서 배출됐다.

그러나 2010년대로 접어들며 터져 나온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플랫폼 독과점의 문제를 노출했다. 이에 네이버는 사내 독립기업(CIC) 제도를 가동해 관료화를 깨는 내부 혁신을 꾀하는 한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해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함으로써 창업가정신을 다시금 이어갔다.

포털 30년의 경영사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마주한 우리에게 과제를 던진다. 스타트업은 과거 지식iN의 선례처럼 빅테크가 침범할 수 없는 특화 데이터로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기업은 첫눈 M&A처럼 외부 기술과 인재를 포용하는 개방형 혁신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반경쟁적 행위는 차단하되 혁신 벤처 투자와 M&A를 장려하는 정책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30년 전 인터넷 포털의 역사는, 생태계와의 상생을 제도화할 때 국가적 데이터 주권도 담보된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경영사학회 부회장·전자신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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