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상생배달앱 지원사업 1240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사업목적은 민간 배달플랫폼의 독과점 완화와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이다. 정부안은 소비자 할인쿠폰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또 쿠폰인가”라는 질문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공공배달앱은 쿠폰 지원 기간 이용자와 점유율이 크게 늘었지만, 이후 일부 대표 앱의 이용자는 다시 감소했다. 비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쿠폰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 앞서, 이 예산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부가 독과점에 대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고 수수료를 규율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기존 사업자와 겨룰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들어오고 성장하도록 돕는 방법도 있다. 후자는 기존 기업을 억누르기보다 소비자를 비롯한 시장참여자들에게 선택지를 만들어 경쟁의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OECD도 '경쟁촉진적 산업정책'을 논의하면서 높은 진입장벽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경쟁기업의 형성을 다룬다. 규제와 경쟁기업 육성은 서로 배타적인 대안이 아니라 보완적인 정책수단이다.
경쟁기업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고객과 거래실적이 있어야 경쟁자가 된다. 영국은 금융위기 당시 공적 지원을 받은 RBS의 경쟁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 대규모 기금을 조성해 대안 은행들의 중소기업 금융 역량을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 고객이 거래은행을 옮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미국 NASA도 COTS 프로그램으로 민간 우주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한 뒤 실제 화물운송 서비스를 구매했고, 스페이스X는 이 과정을 거쳐 실제 공급자로 성장했다. 두 정책 모두 공급자의 역량과 고객의 이동을 함께 지원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상생배달앱의 소비자 쿠폰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게 일부 금액을 할인해주는 데서 정책효과가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해 주문을 만들고, 그 주문이 소상공인의 새로운 판로가 되며, 대안 플랫폼이 일정한 거래규모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의 더 큰 목적이다. 그러나 손님만 모아서는 경쟁력 있는 배달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배달앱은 소비자와 점주뿐 아니라 라이더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거래가 완성되는 시장이다. 따라서 향후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소비자 유인과 함께 배달 인프라와 라이더의 참여 여건, 추가적인 인센티브의 필요 여부도 살펴야 한다. 왜 라이더들이 콜을 선택하지 않는지, 배차시스템의 문제인지, 플랫폼이 해결할 몫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배달앱 지원사업이 수수료나 할인비용을 보전해 당장의 소상공인 부담과 플랫폼과의 갈등을 줄이는 데 그친다면 '갈등완화예산'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이 선택할 새로운 거래경로를 열고 소비자와 점주, 라이더가 함께 참여하는 경쟁구조를 형성한다면 이는 '시장형성예산'이다. 따라서 주문액이 늘었다는 것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진짜 성과는 쿠폰이 줄어든 뒤에도 소비자가 다시 찾고, 라이더가 안정적으로 참여하며, 점주가 낮은 거래비용을 체감하는 데 있다. 나아가 기존 대형 플랫폼도 고객과 점주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와 서비스, 거래조건을 개선한다면 경쟁촉진 효과가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앞으로 사업을 평가하여 추진방식을 다듬고 규모를 조정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상생배달앱은 특정 기업을 세금으로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지원대상은 투명하게 선정하고, 성과는 지원받은 앱의 성장보다 소상공인의 선택 확대와 시장의 경쟁조건 개선으로 평가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할인 이상의 이용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점주와 라이더에게는 플랫폼이 성장한 뒤에도 거래조건을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재원 역시 공공의 재정지원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의 수익과 민간의 분담 등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공공'이 아닌 '상생'이라는 이름이 중요한 이유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jhcho@kos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