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일주일 만이다. 청문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분야의 직접적인 경험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고, 이러한 의견 역시 보고서에 담겼다. 이제 임명과 취임 절차가 남아 있다.
나는 초기투자와 액셀러레이터 업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이번 인사를 바라보며 한 가지에 주목하고 싶다. 새로운 중기부가 얼마나 현장에 가까워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과 가장 가까워야 하는 경제부처다. 정책 대상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스타트업, 소상공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 시간은 정부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기술과 시장은 몇 달 사이에도 변하고 하나의 규정 해석이나 행정절차가 투자와 사업 시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차기 장관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정책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정책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첫 번째로 기대하는 변화는 초기투자 생태계 확대다. 한국 창업생태계는 지난 10여년간 크게 성장했지만 초기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특히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를 가장 먼저 만나 기업을 발굴하고 보육하고 투자하는 민간 주체다. 그러나 정부 벤처투자 재원이 성장단계별로 충분히 균형 있게 공급되고 있는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모태펀드에 액셀러레이터 계정을 신설하고 초기투자 확대에 나선 것은 중요한 변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모와 접근성이다. 소수의 대형 운용사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액셀러레이터가 정부 재원과 민간자본을 결합해 더 많은 초기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초기투자 특성을 반영한 별도 평가체계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TIPS 다음 단계다. TIPS는 민간 투자자가 먼저 가능성을 검증한 스타트업을 정부가 R&D와 사업화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국 창업정책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제 TIPS를 단순한 기술개발 지원 프로그램으로 볼 것이 아니라 후속투자와 실증, 공공조달,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좋은 기업을 선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성장시키는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새로운 창업 방식에 맞는 제도 혁신이다. AI 시대에는 기업이 만들어지는 방식부터 달라지고 있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투자자를 찾아가는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전문기관이 기술과 아이디어, 인력과 자본을 결합해 기업을 직접 기획하는 컴퍼니빌딩과 벤처스튜디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도가 산업보다 늦으면 규제가 된다. 벤처스튜디오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세부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벤처스튜디오가 설립한 기업이 모태펀드 투자와 TIPS 등 기존 창업지원 체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충분한 기간 동안 기업을 성장시킨 뒤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네 번째는 글로벌이다. 한국 창업정책도 이제 '몇 개의 스타트업을 만들 것인가'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을 세계시장으로 성장시킬 것인가'로 중심축을 이동해야 한다. 지난 9월 APEC 무대에서도 강조했지만 앞으로 경쟁은 개별 국가 창업생태계 경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국 투자자와 대기업, 대학, 연구기관과 시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역시 단순한 보육기관에서 벗어나 이러한 연결을 만드는 글로벌 스케일업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정부 역할은 좋은 기업을 직접 고르는 것보다 민간이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업계 역시 정부에 지원 확대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좋은 기업을 더 일찍 찾아 투자하고, 민간자본을 유입시키고, 투자기업을 세계시장으로 성장시키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장관의 출범을 앞둔 지금은 중기부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좋은 시점이다. 현장을 많이 방문하는 것만으로 '현장 중심'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기존 규정과 관행을 바꾸는 것까지 이어져야 한다.
초기투자 업계가 차기 장관에게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이미 잘 작동하는 정책은 더 크게 키우고,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히 고치며, 아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새로운 산업에는 먼저 길을 열어주는 중소벤처기업부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다음 성장기업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 기업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민간과 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소영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현장에서 답을 찾고, 그 답을 실제 제도 변화로 만들어가는 중기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