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 봤다면…“7초마다 유해 상품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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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 생중계 화면에 코카콜라 로고 31개가 나오는 모습. 사진=University of Bristol·University of Oxford

2026 북중미 월드컵을 TV로 시청한 축구팬들이 화면을 통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나 투기성 서비스의 브랜드를 약 7초에 한 번꼴로 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중미 월드컵 104개 경기의 생방송 영상 172.6시간을 인공지능(AI) 기반 컴퓨터비전 기술로 살펴본 결과, 이른바 '유해 상품'으로 분류한 브랜드가 총 9만3409회 화면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1분당 평균 9.02회꼴로, 시청자가 약 6~7초마다 관련 브랜드를 마주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이 사용한 '유해 상품'이라는 기준은 특정 업체를 유해 기업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다. 공중보건 측면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과 음료를 비롯해 주류, 도박, 예측시장, 가상자산 등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거나 투기 성격을 가진 상품·서비스를 묶어 분류한 것이다.

식품과 음료의 경우 영국 정부가 적용하는 HFSS(고지방·고염·고당) 기준을 활용했다. 예측시장은 스포츠 경기나 정치·경제적 사건 등 향후 발생할 결과에 돈을 걸고 계약을 거래하는 형태의 플랫폼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가상자산과 함께 이를 '투기성 상품'으로 구분했다.

조사 대상 영상에서 관련 브랜드가 한 번이라도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전체의 22.8%인 39.3시간이었다. 이번 분석은 TV 방송사가 경기 중간에 송출하는 일반적인 광고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경기장 주변의 LED 전광판이나 시설물 등에 설치된 광고가 실제 경기 장면에 포함돼 국제 중계 영상으로 송출된 경우만 집계했다.

분야별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음료의 노출 빈도가 가장 높았다. 해당 브랜드는 총 6만5722회 포착돼 전체의 70.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예측시장 9360회, 주류 9266회, 도박 6429회, 가상자산 2632회 순이었다.

특히 식품·음료 브랜드의 경우 90분짜리 경기 한 경기를 기준으로 평균 576회가량 화면에 나타난 것으로 계산됐다. 누적 노출 시간으로 따지면 약 15분에 달한다.

연구진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와 축구를 지속적으로 함께 접할 경우 어린 세대가 두 요소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동 연구자인 엘리사 베커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가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과 음료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했다.

영국은 올해 1월 5일부터 HFSS 제품의 TV 광고를 오후 9시 전까지 제한하고 있으며, 유료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도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경기장 광고판이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히는 방식의 브랜드 홍보는 현행 제도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해당 연구에 대해 반박했다. FIFA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축구 발전과 건강·웰빙 관련 사업에 재투입하고 있으며, 공식 후원사 역시 자체적인 거버넌스와 규정 준수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Be Active' 등 건강 증진을 위한 캠페인도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각국 규제 당국이 경기장 광고판처럼 중계 영상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홍보 방식까지 광고 규제의 범위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FIFA를 향해서도 각국의 법률과 공중보건 원칙을 고려한 독립적인 광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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