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인간과 로봇이 함께 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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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평행공간 대표

아이의 진로를 두고 오래 생각한 적이 있다. 무엇을 시켜야 이 아이가 앞으로 40년을 버틸까.

생각해보면 내 일이 사라질 가능성보다 아이의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인공지능(AI) 이야기가 유독 불안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부모는 자신보다 아이의 미래를 더 무겁게 견딘다.

간단히 답을 찾으면 많다. 창의성, 공감 능력, 질문하는 힘, AI를 잘 다루는 법.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AI가 아직 못 하는 일을 찾아내려 했기 때문일까. 이 또한 조만간 AI가 더 빨리 채워 나갈 것이다.

그럼 질문을 바꾸어 보려 한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어떤 세계를 겪어 나갈 것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AI가 모니터 속에서 연산과 추론을 반복하는 지능이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AI는 물리적인 로봇과 자율주행의 형태를 띠고 모니터 밖 우리의 일상 공간으로 걸어 나올 것이다. 이제는 AI가 얼마나 똑똑해질 것인가를 넘어 인간과 로봇이 3D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충돌 없이 공존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로봇이 인간과 안전하게 공존하려면 기계가 현실의 물리 법칙과 공간의 맥락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거대한 시뮬레이션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과 같은,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정교한 월드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산업계의 선택을 넘어 조만간 다가올 미래의 필수 과제다. 현실을 데이터화해 평행공간을 구성하는 일은 단순히 3D 모델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 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기 위한 온톨로지를 세우는 과정이다. 이 작업이야말로 인류와 기계의 공존 시대를 지탱할 가장 견고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고도화되어가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전공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전공 선택의 기준은 철저하게 'AI가 할 수 없거나, AI에게 결코 맡겨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골라야 한다.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의 배움은 기계와 경쟁하기 위한 실력이 아니라 가장 사람다운 심장과 가장 창조적인 공학적 두뇌를 결합하는 과정일 것이다. 끝까지 사람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기계는 결코 가질 수 없는 문제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

첫째는 철학, 질문을 하는 힘이다. 정답은 AI와 기계가 더 잘 낸다. 차세대는 완벽한 정답 앞에서 '이것이 과연 옳은가'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 것인가'를 묻는 주체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느낄 것이다.

둘째는 문학과 역사에서 결핍과 문제 해결을 배우는 것이다. 기계는 실패를 지워가며 진화하지만, 인간은 실수와 상처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긍정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배울 때,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서사와 유대감이 만들어진다. 더 인간다워지고 더 강력해지는 이유가 될 것이다.

셋째는 예술과 체육에서 배우는 감각이다. 가상 세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은 땀 흘리고 숨 쉬는 육체를 가진 존재다. 손끝으로 물리적 세상을 감각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이 디지털의 바다에서 인간을 굳건히 붙잡아주는 닻이자 행복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공학은 단순히 모니터를 보고 코드를 치는 일이 아니다. AI가 도출한 지능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3D 공간에 정교하게 매핑하고, 현실의 물리 법칙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조화하는 공학으로 발전한다. 기계가 개별 부품을 완벽하게 깎아낸다면, 인간은 거대한 AI 시스템과 하드웨어가 얽힌 숲을 조망하고, 기술이 사회적 기준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 거시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통합자이자 마스터 엔지니어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 인간과 로봇이 교감할 수 있고 서로 안전한 환경은 결국 정교한 공간 데이터 처리와 로보틱스에 대한 깊은 공학적 이해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20년쯤 뒤에 아이가 출근하는 미래를 가끔 생각한다. 복도 어딘가에서 로봇과 마주칠 것이다. 그때 그 로봇이 아이를 피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할지, 함께 지나가야 할 사람으로 인식할지는 지금 우리가 쌓아 두는 데이터가 결정한다.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남는 질문은 '얼마나 똑똑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의 자리를 어디에 남겨 둘 것인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능은 시간이 해결한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람을 위한 공간을 설계해 넣는 일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만드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잘 고른 전공이 아니라 사람의 자리가 남아 있는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드는 일은, 지금 이 산업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지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초거대AI추진협의회원·평행공간 대표

jelee@pspac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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