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전력·탄소·인증을 한 장부에 묶는다…중국수출 인프라 재설계

[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그린 전력 직결·제로탄소 산업단지·제품 탄소발자국의 연결

중국 녹색산업 정책은 발전소를 더 짓는 단계에서 전기가 어느 공장과 제품에 들어갔는지를 증명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수출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전력 시간·물리적 경로, 녹색전력증서, 탄소배출계수와 제품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 중국이 그린 전력 직결(绿电直连), 제로탄소 산업단지, 제품 탄소발자국 표준을 한 묶음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먼저 전력조달과 탄소인증을 별개로 보면 안 된다. 그린 전력 직결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사용자를 전용선으로 연결하되 공공전력망 요금·안전·비상공급 책임을 명확히 하는 구조다. 제품 탄소발자국은 원료·생산·운송·사용·폐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제품 단위로 계산하는 제도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중국은 물리적 전력흐름·녹색전력증서·탄소시장·제품인증을 추적 가능한 하나의 산업장부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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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력과 제품을 묶나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알루미늄·전자제품 경쟁기준은 가격과 성능을 넘어 탄소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 탄소국경조정과 배터리 규제, 글로벌 고객사 공급망 감축목표는 기업이 생산과정 전력배출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중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커져도 수출기업이 어떤 전기를 사용했는지 입증하지 못하면 제품 저탄소 가치로 전환되지 않는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발전소가 전력망에 전기를 넣고 기업은 지역 평균 전력배출계수를 사용한다. 녹색전력증서를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장할 수 있지만 수입국과 고객이 이를 동일하게 인정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해외 규칙과 글로벌 고객은 증서뿐만 아니라 물리적 조달관계, 장기 전력구매계약과 시간 단위 발전·소비 일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린 전력 직결은 이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다. 발전원과 공장을 전용선과 계량시스템으로 연결하고, 시간대별 발전·소비·공공망 사용을 기록하면 제품에 들어간 전력 출처를 더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직결 자체가 해외 규제의 자동 승인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수출대상국 산정규칙과 인증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산업단지 단위의 복수 사용자형 직결은 개별 중소기업도 공동으로 녹색전력을 이용하도록 한다.

단일기업에서 산업단지로 확장됐다

2025년 중국은 단일 사용자를 중심으로 그린 전력 직결 제도틀을 마련했고, 2026년에는 복수 사용자형 그린 전력 직결(多用户绿电直连)로 범위를 넓혔다. 풍력·태양광·바이오매스 발전을 산업단지·제로탄소 단지의 여러 법인에 전용선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법인격을 가진 주책임기관을 두고, 내부 시설의 투자·운영, 전력거래, 계량·정산과 안전의 최종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복수 사용자형 사업 핵심은 발전량보다 운영규칙이다. 각 접속점에 양방향 분시계량 장치를 설치해 시간 단위로 재생에너지 발전과 사용을 맞추고, 사용자별 전력량과 환경가치를 배분해야 한다. 내부 사용자들은 개별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기보다 주책임기관을 통해 거래·정산하며, 이 주체가 부하예측·안전·내부가격과 분쟁조정을 맡는다.

공공전력망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을 보완하고 비상전력을 제공하며, 잉여전력을 거래하기 위해 전력망을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송배전망과 보조서비스를 사용한 비용, 안전책임과 계량을 부담해야 한다. 직결이 전력망 비용을 우회하는 할인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제로탄소 산업단지가 조직 중심이다

중국은 2025년 첫 52개 국가급 제로탄소 산업단지 건설목록을 발표했다. 단지는 재생에너지·저장장치·스마트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효율·순환경제와 탄소데이터를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는다. 기업 한 곳이 독자적으로 발전원·저장·계량·인증과 탄소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단지 운영회사가 공동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단지 역할은 전력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별 에너지와 탄소계정을 만들고, 공정 전력수요를 조정하며, 폐열·부산물·재생원료를 기업 간에 연결한다. 신규기업을 유치할 때 녹색전력과 제품 탄소데이터를 수출서비스로 제시할 수 있다. 산업단지가 토지와 공장임대 공간에서 에너지·탄소 운영회사로 바뀌는 것이다.

2025년 중국 다년간 녹색전력구매계약 거래량은 600억킬로와트시였고, 대만구 사용자가 내몽골 전력을, 장강삼각주 기업이 광시 녹색전력을 사용하는 광역거래도 진행됐다. 직결과 장기계약, 광역전력 거래가 결합되면 기업은 가격·공급·탄소가치를 장기간 관리할 수 있다.

그린 전력 직결 사업 경제성은 산업별로 다르다. 데이터센터와 전해수소, 전기로 제철처럼 전력비와 탄소가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장기계약과 직결의 가치가 크다. 반면에 전력 소비가 적고변동성이 큰 기업은 전용설비보다 단지 공동구매가 유리할 수 있다. 중국이 단일 사용자 모델에서 복수 사용자 모델로 확장한 것은 중소기업과 복합 산업단지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복수 사용자 구조에서는 운영주체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발전사업자, 단지 운영회사, 입주기업과 전력망 사이 투자비·전기요금·잉여전력 수익·손실을 계약으로 정해야 한다. 큰 기업이 저가 전력을 우선 배분받고 중소기업이 계통비용을 떠안지 않도록 공정한 운영규칙과 계량이 필요하다. 운영주체가 내부전력시장과 데이터 사실상 독점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감독과 정보공개도 요구된다.

탄소발자국은 공급망 전체를 바꾼다. 완성품 기업이 자사 공장만 계산해도 원료·부품 배출정보가 없으면 제품 단위의 정확한 수치를 만들 수 없다. 철강·알루미늄·배터리 소재·반도체 웨이퍼 같은 상류 데이터가 여러 산업에 반복 사용된다.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산업별 표준이 중요하지만, 평균값만 사용하면 효율이 높은 개별기업 감축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표준값과 실제값을 어떤 조건에서 사용할지 명확해야 한다.

제품 탄소라벨이 새로운 비관세장벽이 될 수 있다. 계산경계와 데이터 품질, 인증기관 인정이 국가마다 다르면 같은 제품의 탄소값도 달라진다. 중국은 국제표준과 정합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국 공정과 전력구조를 반영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 한다. 한국 기업은 중국 탄소수치가 유럽·미국·한국 기준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하고 계약에서 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제품 탄소발자국 표준이 수출 언어가 된다

전력 출처를 확인해도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규칙이 다르면 국가와 고객 사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중국은 2024년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기준 작성지침을 내고 국가·산업·단체표준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2025년 말까지 전해알루미늄·화학섬유·전자전기 등 15개 국가표준과 철강·화학 등 200개가 넘는 단체표준이 마련됐다.

표준 핵심은 경계와 데이터다. 원료 채굴부터 공장, 운송과 폐기까지 어디까지 계산할지, 전력 배출계수를 무엇으로 쓸지, 녹색전력증서와 구매계약을 어떻게 반영할지 정해야 한다. 기업이 자체 계산한 숫자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검증·인증과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중국은 기초에너지·원료·운송과 자동차·배터리·소재 공정의 탄소데이터 세트를 확충하고, 제품 탄소라벨과 등급관리, 정보공개를 시험하고 있다. 낮은 탄소 제품이 조달·금융·시장 접근에서 이점을 얻도록 하려면 평균값과 기업 실측값 사용조건, 데이터 품질과 검증기관 책임을 함께 정해야 한다.

전력·증서·탄소시장을 한 데이터로 연결한다

물리적 전력흐름, 시간대별 계량, 녹색전력증서 발급·거래·소각, 제품별 전력배출계수를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묶어야 한다. 같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전력계약과 그린증서, 탄소감축 실적으로 중복 주장하지 않도록 권리와 계산 경계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그린증서를 제품 탄소발자국 국가표준 도구로 넣고, 전력·탄소·증서 간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녹색전력증서는 재생에너지 환경가치를 나타내지만, 탄소배출권·자발적 감축시장과 중복 계산되지 않아야 한다. 2025년에는 녹색전력증서 시스템과 자발적 감축 등록시스템 정보연계가 이뤄졌다. 2026년 비화석전력 소비산정 지침은 전력거래, 녹색증서와 탄소회계를 연결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린 전력 직결은 시간대별 계량과 추적을 강화한다. 같은 양의 녹색전력을 연간 구매해도 공장이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시간대에 전력을 사용한다면 실제 계통 영향은 다를 수 있다. 시간 단위 발전·소비 일치가 강화될수록 저장장치, 수요 반응과 스마트공정 가치가 커진다.

금융도 연결된다. 녹색전력 비중과 제품 탄소발자국이 검증되면 은행은 저탄소 설비와 수출기업 위험을 평가하고, 보험과 채권·대출에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 질과 국제 인정이 부족하면 '녹색'이라는 이름만 붙은 금융이 될 수 있다.

첫 탄소발자국 인증이 시작됐다

2026년 5월 중국은 리튬배터리·섬유·전자전기·시멘트·목제품 등 5개 분야 7개 제품에 대해 첫 제품 탄소발자국 표시 인증서를 발급했다. 6개 기업이 참여했고 CATL(宁德时代)와 안타그룹(安踏集团)이 각각 배터리와 섬유 분야 인증을 받았다. 이는 계산보고서가 제3자 인증과 제품표시로 이동하는 출발점이다. 다만 중국 인증이 유럽 고객과 규제기관에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배출계수와 전력증빙의 국제호환성이 남아 있다.

탄소장부는 조달과 금융으로 이어진다

전력과 제품 탄소데이터가 표준화되면 활용처는 수출서류에 그치지 않는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은 녹색조달 기준에 반영할 수 있고, 은행은 장기 녹색전력계약과 감축성과를 대출금리·보증과 연결할 수 있다. 단지 운영회사는 입주기업 전력·탄소 계정을 공동관리해 중소기업 인증비용을 낮출 수 있다. 결국 탄소장부는 규제 대응자료이면서 조달·금융·기업유치 산업 인프라가 된다.

병목은 국제인정과 이중계산이다

첫째, 녹색증서의 국제인정이 다르다. 중국 국내에서 인정된 증서가 유럽 고객의 제품 탄소계산에서 동일하게 인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수출대상국 규칙에 따라 직결, 장기 전력구매계약 또는 잔여전력 배출계수를 따로 사용해야 한다.

둘째, 이중계산 위험이다. 발전 환경가치를 녹색증서 구매기업과 지역 전력망, 탄소감축 프로젝트가 동시에 주장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계량과 등록시스템, 인증기관 간 데이터 연결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망 비용이다. 직결기업도 비상공급과 계통안정의 혜택을 받는다. 비용을 지나치게 낮추면 일반 사용자가 부담을 떠안고, 높이면 직결 경제성이 사라진다. 누가 저장·예비력·송배전 비용을 부담할지 투명해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 부담이다. 탄소데이터 수집과 제3자 검증, 시스템 구축비가 많다. 산업단지 공동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운영회사가 데이터와 거래를 독점할 위험도 있다.

다섯째, 데이터 정확성과 보안이다. 제품 탄소발자국에는 공급업체의 에너지·원가·공정정보가 포함된다. 기업이 민감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검증할 수 있는 표준과 신뢰데이터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은 전력정책과 수출정책을 분리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단지 전력, 제품 탄소발자국과 수출인증을 하나의 정책으로 봐야 한다. K-RE100과 직접전력구매계약, 녹색프리미엄 환경가치가 해외 고객과 규제에서 어떻게 인정되는지 산업별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와 산업단지는 기업별 계약을 넘어 공동 녹색전력조달, 저장·마이크로그리드, 시간대별 계량과 탄소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기업은 협력사에 데이터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표준·계량·검증비용과 장기구매계약을 지원해야 한다. 금융권은 인증서 보유 여부보다 전력의 추적성과 제품 탄소감축 실제성을 봐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한국 전력배출계수와 소재·공정 데이터베이스, 국제상호인정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탄소회계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계량·검증·데이터보호·전력 최적화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은 현지 제로탄소 단지와 직결 프로젝트를 활용할 수 있지만, 중국 증서와 탄소데이터가 한국 본사와 수출시장에서 인정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중국 그린 전력 직결과 탄소발자국 제도는 에너지 정책 부속물이 아니다. 전력 출처와 제품 탄소를 추적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어 수출·조달·금융 자격으로 바꾸는 산업 인프라다. 한국 산업계가 던져야 할 질문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구매했는가가 아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 한 단위 전력과 탄소를 세계시장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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