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대학 연구인력을 기업 안에 넣어 기술·조직·사업화를 함께 바꾸는 방식
중국 대학 기술이전은 특허와 논문을 기업에 넘기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기술이 문서로 이동해도 기업 안에 이를 이해하고 실행할 사람이 없으면 사업화가 멈춘다는 판단에서다. 저장·닝보·후저우·충칭 등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자를 기업에 파견해 과학기술 부사장(科技副总) 또는 기업 기술특파원(企业科技特派员)으로 일하게 한다. 연구성과를 옮기는 대신 연구자 자신을 기업 기술의사결정 안으로 넣는 방식이다.
과학기술 부사장은 대학·연구기관 전문가가 일정 기간 중소기업 안에서 기술로드맵·공정개선·공동연구·인재양성을 맡는 파견형 기술책임자다. 법적으로 등기된 상근 부사장과는 다르며 대학·전문가·기업의 삼자협약으로 임기·상주시간·업무·성과·지식재산권을 정한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 제도는 특허를 기업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흡수하고 실행할 사람을 기업 안에 넣는 기술사업화 방식이다.

대부분 대학·연구기관, 파견 연구자, 수요기업이 삼자협약을 체결한다. 우한의 2026년 중소기업 과학기술 부사장 공고는 임기를 2년으로 두고, 원칙적으로 매달 7일 이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연구자 인사·임금 관계는 원소속기관에 남기되 기업에서 만든 성과를 직급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사장'이라는 직함보다 기술문제·공동과제·인재양성·지식재산권 책임을 계약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소기업이 대학기술을 도입할 때 가장 큰 병목은 기술 존재를 모르는 데만 있지 않다. 특허 내용을 생산공정과 고객 요구에 맞게 바꾸고, 필요한 연구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며, 정부과제와 투자자금을 연결할 내부 책임자가 부족하다. 기업 대표는 매출과 운영에 집중하고, 대학 연구자는 기업의 일정·원가·품질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
일회성 기술자문은 보고서와 회의로 끝날 수 있다. 과학기술 부사장은 기업 경영진·연구팀과 일정기간 함께 일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대학 연구실과 공동과제를 만들며, 시제품과 공정개선을 추적한다. 기업이 어떤 기술을 사야 하는지, 직접 개발해야 하는지, 외부기관과 협력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술 번역자'가 되는 셈이다.
후저우는 249명 과학기술 부사장을 기업에 파견했고, 이들이 기업인력 2300명 이상을 교육한 것으로 집계했다. 우한은 2026년 파견자에게 1인당 약 7400달러 지원금을 제공하되, 단순 자문이 아니라 기술수요 진단·공동과제·성과사업화와 기업 연구역량 구축을 성과로 요구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파견 규모보다 역할의 변화다. 연구자는 기업의 요청을 전달받는 외부자문가가 아니라 내부 기술책임자처럼 과제 우선순위와 자원배분, 대학·연구기관과 협업을 설계한다. 지방정부는 사람을 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첫째, 기업 기술문제를 구조화한다. 생산현장 불량, 원가, 에너지 사용, 소재와 장비 병목을 연구 가능한 과제로 바꾼다.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싶다'는 요구를 데이터·공정·성능지표로 구체화하고, 필요한 기술노선을 비교한다.
둘째, 공동연구를 설계한다. 자신의 연구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연구기관과 전문가를 연결하고, 정부의 공개 기술도전과 중대과제, 지방정부 보조금을 활용한다. 기업 자금과 대학 연구비가 중복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누고 지식재산권을 사전에 정한다.
셋째, 혁신플랫폼을 만든다. 기업연구소, 공동실험실, 파일럿 라인과 시험인증 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다. 단일과제를 해결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다음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구조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넷째, 인재를 양성한다. 기업 엔지니어에게 최신 기술과 실험설계를 교육하고, 대학원생과 학생이 실제 기업과제에 참여하도록 연결한다. 기업은 채용 전 인재를 검증하고, 대학은 산업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
다섯째, 연구성과 사업화를 추진한다. 대학 특허를 이전하거나 교수·연구자 창업기업과 기업을 연결하고, 필요하면 투자기관·산업단지·대기업 고객을 찾는다. 기술부사장이 기업 내부수요와 대학 기술공급을 동시에 이해하기 때문에 단순 중개보다 구체적인 계약을 만들 수 있다.
우한의 2026년 공고는 대학·연구기관 연구자와 기업, 지방정부가 맺는 삼자관계를 핵심으로 한다. 파견자는 일반적으로 부고급 이상 전문기술직이나 이에 준하는 연구역량을 갖추고, 기업 기술수요와 맞는 특허·연구성과·산업경험을 보유해야 한다. 임기는 2년, 월 서비스 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상이며 업무·성과와 지식재산권은 협약에 명시한다.
기업도 조건을 부담해야 한다. 해결할 기술문제, 연구개발비, 담당팀과 시험환경을 제공하고, 연구자 활동을 명예직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 대학·연구기관은 연구자 겸직과 성과평가, 지식재산권, 학생 참여와 장비 사용을 승인한다. 지방정부는 매칭, 평가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구자에게도 보상과 경력경로가 필요하다. 우한은 기업에서 만든 성과를 원소속기관 직급·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후저우는 우수 파견인력과 공동과제를 인재·과학기술 사업에 연결한다. 기업과 공동과제와 사업화 성과가 대학에서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우수 연구자가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논문과 기업성과를 대립시키지 않고 평가체계 안에 넣으려는 시도다.
제도가 효과를 내려면 파견 전 '수요진단'이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것이 단순한 정부과제 작성인지, 공정문제 해결인지, 신제품개발과 연구조직 구축인지 구분해야 한다. 기술부사장 전공과 기업문제가 맞지 않으면 유명 연구자를 보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닝보가 기업과 연구자의 기존 협력 기반, 공동 연구계획과 기업 지원조건을 함께 심사하는 이유다.
연구자 소속기관도 대학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공공연구기관, 산업기술연구원과 전문기술 인력이 기업수요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지역 내 대학의 전공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다른 지역 연구자와 연결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찾기 위해 연구자 주소까지 지역 안으로 제한하면 제도는 다시 지방보호주의에 빠진다.
과학기술 부사장 업무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연구조직이 없는 소기업에서는 기술전략·인력채용·외부협력 체계를 처음부터 만드는 역할이 크다. 중견기업에서는 특정 제품군 로드맵과 공정개선, 해외 인증을 맡을 수 있다. 복합과제가 많은 기업에서는 한 명보다 여러 분야 기술특파원팀이 적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기업문제와 전문가 구성이 맞는지다.
성과평가도 시간축을 나눠야 한다. 1년 차에는 기술문제 정의, 공동팀과 데이터·장비 접근, 과제와 지식재산권 계약을 본다. 2년 차에는 시제품, 공정개선, 특허·표준, 인력양성과 투자·매출을 확인한다. 임기가 끝난 뒤 기업이 연구팀과 공동투자를 계속하고 내부 인력을 채용했는지도 중요하다. 부사장이 떠나는 순간 모든 협력이 끝난다면 지식이 기업에 내재화되지 않은 것이다.
공공재정은 연구자 수당보다 공동활동의 위험을 줄이는 데 쓰는 편이 낫다. 기업 방문비와 자문료만 지원하면 회의가 늘어날 수 있다. 공동 시험, 시제품, 기술사업화 전문인력, 학생 현장 프로젝트와 지식재산권 법률비를 함께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 실제 수요도 검증된다.
한국에서는 출연연 연구자와 대학 교수가 기업에 장기 파견될 때 원소속기관 연구실적, 직무발명, 겸직과 보수, 학생지도에 대한 규칙이 기관마다 다르다. 국가 차원 표준계약과 이해상충 가이드가 필요하다. 지역테크노파크와 산학협력단이 매칭·계약·성과관리를 맡고, 기업은 전담기술팀과 공동예산을 제공하며, 연구자는 정해진 기간에 기술로드맵과 인재양성을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술이 대학에서 기업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은 기업의 기술문제를 잘 아는 엔지니어와 기업가를 대학·연구기관에 보내는 역방향 기술특파원(反向科技特派员)을 실험한다. 기업이 연구과제와 교육과정에 현장문제를 전달하고, 대학의 기술이 실제 수요와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 부사장이 연구자를 기업 안에 넣는다면 역방향 기술특파원은 기업 수요를 대학 안으로 넣는다. 두 제도가 결합하면 산학협력은 기술이전 계약 한 번이 아니라 사람의 왕복이동이 된다. 중국이 교육·과학기술·인재를 하나의 정책으로 묶는 배경이다.
첫째, 기업체류 권한이 부족하면 명함만 부사장이 된다. 분기별 회의와 과제신청에만 참여하고 실제 생산·투자 의사결정에 접근하지 못하면 일반 자문과 다르지 않다. 연간 체류시간뿐만 아니라 기업 기술회의, 예산과 인력배치에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 정해야 한다.
둘째, 이해상충이 생긴다. 연구자가 기업 비밀정보를 대학연구와 다른 기업에 활용하거나, 자신의 특허·창업기업을 우선 추천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이 대학 장비와 학생을 사실상 무상으로 사용할 위험도 있다. 비밀유지, 지식재산권, 연구윤리와 거래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셋째, 연구능력과 경영능력은 다르다. 뛰어난 논문과 특허를 보유해도 생산라인 납기·품질·인사·예산을 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술사업화 전문인력과 프로젝트 매니저가 함께 붙어야 한다.
넷째, 기업 흡수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자체 연구팀과 예산이 없는 기업에 유명 교수를 보내도 기술이 정착하지 않는다. 과학기술 부사장 선발과 동시에 기업 전담팀, 공동자금과 경영진의 참여를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단기성과 압박이다. 지방정부가 과제수와 특허, 투자유치만 평가하면 부사장은 신청서 작성자로 변한다. 공정개선·원가절감·신제품 매출, 후속 인력과 연구조직이 남았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 산학협력에는 겸임교수, 기술자문, 기업연구년과 파견제도가 있지만 기업 안에서 기술로드맵과 공동연구를 장기 책임지는 표준모델은 제한적이다. 정부는 중국식 직함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CTO 인 레지던스' 또는 산업 파견형 연구자 제도를 산업별로 설계할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문제를 공개하고 대학·출연연 연구자와 매칭하되, 기업이 현금 또는 현물로 일정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파견성과를 승진·평가에 반영하고, 산학협력단은 특허·겸직·학생·장비 사용을 관리해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사에 필요한 전문연구자를 공동 파견하고, 실증과 구매를 연결할 수 있다.
금융권과 벤처캐피털은 과학기술 부사장이라는 명칭보다 기업에 남은 연구팀, 공동특허, 공정데이터와 매출을 봐야 한다. 스타트업은 교수의 명성과 지원금만 보고 직함을 주기보다 실제 역할·시간·보상·지분과 이해상충을 계약해야 한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도 현지 대학 연구자를 기술부사장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영업비밀과 기술수출·데이터 규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중국 과학기술 부사장 제도는 대학기술을 기업에 더 많이 이전하자는 정책이 아니다. 기업이 외부지식을 흡수하고 다음 기술문제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도록 사람을 매개로 조직능력을 만드는 실험이다. 한국 산업계가 물어야 할 질문은 교수 자문을 몇 번 받았는가가 아니다. 우리 중소기업의 경영회의 안에 기술 방향과 산업화를 장기 책임질 사람이 실제로 앉아 있는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