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정화명령 사실 석포제련소 정화팀서 보고 못 받아, 본사 재경팀이 몰랐다” 해명
'고의' 판단 회계위반에 전 대표이사 등 제재…내부통제·ESG 거버넌스 실효성 의문
영풍의 환경정화 충당부채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4개 지적사항 가운데 3건의 위반동기를 '고의'로 판단했고, 증권선물위원회도 해당 동기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증선위는 영풍의 사업보고서 및 연결감사보고서 등에 대한 조사·감리 결과 조치안을 심의했다.
공개 의사록에서는 회사명이 익명 처리됐지만 이후 금융당국의 조사·감리 결과를 통해 해당 회사가 영풍이며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 관련 충당부채 등의 회계처리가 제재 대상이 된 사실이 공개됐다.
심의에서 한 증선위원은 “환경정화 충당부채 4가지 중에 하나는 중과실 판단을 하고, 다른 세 가지는 고의 판단을 하셨는데 혹시 차별적인 특색이 있을지”라고 물었다.
금감원 측은 “고의지적 3개는 환경당국의 정화명령이 있었고 추정이 다 가능한 상황인 것을 회사가 인지를 하고 있는 부분에서 확실히 차이점이 있음”이라고 답했다.
반면 영풍은 제련소 주변 임야 정화명령과 관련해 서울 본사의 재경팀이 석포제련소 정화팀으로부터 '정화명령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주요 환경규제 정보가 현장 환경담당 조직과 회계 담당 조직 사이에 공유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설명인 셈이다.
환경정화 의무가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풍 측 해명은 단순한 부서 간 소통 문제를 넘어 내부보고·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여기에 회계처리기준 위반 3건의 동기가 '고의'로 판단되고 관련 제재가 전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에게까지 이어진 점, 외부감사와 금융당국 감리 과정에서 정보·자료 제공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는 점에서 회계 거버넌스 전반의 실효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선위도 회사 측 소명 등을 검토한 뒤 이 같은 위반동기 판단을 유지했다. 증선위 심의에서는 외감법상 고의와 형사법상 고의의 차이도 논의됐다. 최종적으로 기존 동기판단은 유지하되 검찰 고발 등 형사상 조치는 제외했다.
영풍은 내부 업무프로세스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고의 판단에 반박했다.
영풍 측 진술인은 회계를 담당하는 재경팀은 서울 본사에, 토양·지하수 정화를 담당하는 정화팀은 경북 제련소에 있다며 “양 측 근무자들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 있었다는 것은 맞음. 그러나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23년 임야 정화명령과 관련해서는 “재경팀이 정화명령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석포제련소 정화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지 못해서 알지 못했고 그에 따라 감사인한테도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 설명대로라면 해당 임야 정화명령에 관한 정보가 현장 정화조직에서 본사 재무조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런 설명이 사실이라면 내부보고 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화팀과 재경팀 사이의 정보전달 문제뿐 아니라 회계처리기준 위반 3건의 위반동기가 '고의'로 판단되고 관련 제재가 회사뿐 아니라 전 대표이사 등 회사 관계자에게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최종 과징금 부과 내역에 따르면 영풍 법인에는 204억7410만원, 전 대표이사 등 4명에게는 총 15억115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과징금 이외의 감사인 지정 등 조치는 앞서 증선위에서 별도로 의결됐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이번 사안을 단순한 부서 간 소통 미흡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의 내부통제와 회계 거버넌스에 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영풍은 금융당국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및 제재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일부 주요 제재의 효력을 본안 판단 때까지 정지한 상태다. 집행정지 결정은 회계처리기준 위반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과는 별개다.
외부감사와 금융당국 감리 과정에서의 정보 제공 문제도 내부통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감사인 측은 2021년과 2022년 감사에서 변동된 정부 공문과 토지정화계약서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제련소 주변 지역의 자연기원 불승인 공문과 2022년 추가 체결한 토지정화계약서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감사인은 영풍 측 재경담당자와 제련소 담당자를 인터뷰했지만 추가 변동 상황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 측은 감사인이 관련 공문과 추가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아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