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일부 공중화장실에서 남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여성에게만 이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성차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한 여성이 이 같은 요금 체계가 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다며 지방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일간 슈탄다르트에 따르면 활동가 멜라니 그라디크(27)는 빈 시 당국의 공중화장실 운영 방식이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초래한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라디크는 “여성이나 남성 모두 50센트(약 800원)를 내도록 하거나 누구에게도 비용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작아 보이는 문제일 수 있지만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평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매체 조사 결과 빈 당국이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은 총 168곳이다. 이 가운데 139곳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고 29곳에서는 50센트의 요금을 부과한다. 다만 요금은 문이 설치된 개별 화장실을 사용할 때만 발생한다. 이에 따라 남성은 유료로 운영되는 시설 29곳 가운데 20곳에서 소변기를 선택하면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진보 성향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돌봄 부담이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빈 녹색당의 여성정책 담당자인 율리아 말레는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는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때마다 50센트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빈시는 요금 차이가 성별에 따른 차별 때문이 아니라 시설 관리 비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이 있는 화장실은 청소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남성용 소변기를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누구나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며, 공공장소에서의 노상 배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리아 연방호민위원회는 앞서 지난해에도 빈의 화장실 이용료 체계가 차별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가브리엘라 슈바르츠 위원장은 남성의 소변기 이용이 반드시 청소 부담을 적게 만든다고 볼 수 없다며 시 당국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시는 내년부터 남성용 무료 소변기를 없애고 소변기 이용에도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