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프리미엄 식품 유통·외식업체 쿨리나(Culina). 정육 코너에서 고기를 고르면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 셰프가 조리해준다. 일본산 와규와 호주산 쇠고기 등 세계 각국의 고급 육류가 경쟁하는 이곳에 지난해 11월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가 처음 등장했다. 싱가포르 수출길이 열린 한국산 축산물이 현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쿨리나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한우 소개 게시물은 1000회 이상 공유되며 그해 게시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공유 횟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방송사 씨엔에이(CNA)도 한우를 소개하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피에르 이브 리가퇴르(Pierre Yves Ligauture) 쿨리나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우는 채끝과 등심,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많이 팔렸다. 그는 한우에 대해 “와규와 비교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면서 육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제주산 돼지고기 '제주도니(Jeju Dony)'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수입·유통을 맡은 머천브러더스(Merchant Brothers)는 와규와 이베리코 돼지고기 등 세계 각국의 고급 식재료를 취급하는 현지 유통업체다. 제주도니를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몰까지 공급하고 있다.
레이 포(Ray Poh) 머천브러더스 대표는 제주도니의 경쟁력으로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꼽았다. 소비자는 맛과 식감을 먼저 평가하고, 전문 셰프들은 여기에 원재료의 균일한 품질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제주도니는 제주양돈농협이 종돈·사육부터 사료 생산, 방역, 도축·가공까지 통합 관리해 이력 추적과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포 대표는 “소비자들은 제주산 돼지고기의 맛과 일관된 품질을 높게 평가한다”며 “전문 셰프에게는 원재료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특히 중요한데 제주도니가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역시 현지 식자재 유통망을 타고 호텔과 레스토랑 등으로 공급되고 있다. 티옹리안푸드(Tiong Lian Food)는 싱가포르에서 한우를 수입·유통한다. 사이먼 호(Simon Ho) 티옹리안푸드 푸드서비스 총괄은 “일본산 와규와 호주산 쇠고기가 오랫동안 자리 잡은 현지 고급 육류 시장에서 한우가 경쟁하려면 품질뿐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과 소비자 인지도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우와 한돈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풀어야할 과제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일본과 스페인 등 전통적인 축산물 수출국이 일찍부터 시장을 확보한 개방시장이다. 사이먼 호 총괄은 “일본과 스페인 등은 싱가포르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왔다”며 “품질 유지와 함께 이들 제품과의 가격 격차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축산물이 현지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한식의 경계도 넘어야 한다. 머천브러더스의 경우 제주도니를 한식당뿐 아니라 다양한 현지 외식업체에 공급하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포 대표는 소비자 광고에 그치지 않고 현지 셰프와 수입·유통업체가 한국산 식재료의 생산 방식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다른 나라 음식과 결합하는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포 대표는 현재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한국 음식 문화 확산으로 연결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렌드는 지나가지만 문화는 남는다”며 향후 10년간 수출을 지속하려면 단기 유행보다 시장에 한국 음식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6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