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장 세포 배양에는 실제 장보다 훨씬 단단한 합성 소재가 사용돼, 세포가 실제 몸속과 다른 환경에서 자란다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팀이 돼지 장 조직에서 얻은 세포외기질과 초박막 나노섬유 지지체를 결합해 장 조직의 성분과 물리적 환경을 함께 모사했고, 이를 실제 사람 대장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세포를 배양한 결과, 장 줄기세포 유지와 세포 증식 특성이 향상되고 실제 장과 유사한 세포 특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포스텍(POSTECH)은 김동성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현지 박사 연구팀이 윤재승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실제 장 조직의 생화학적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동시에 모사한 새로운 세포 배양막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배양 시스템이나 미세유체 칩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장 질환 연구와 장내 미생물과 장 조직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차세대 플랫폼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장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만든 일종의 '미니 장'이다. 실제 장의 다양한 세포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질환 연구와 약물 평가 등에 활용되며, 실험 편의를 위해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세포를 얇은 배양막 위에 펼쳐 키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배양막이다. 기존에 사용되는 합성 고분자 막은 실제 장보다 훨씬 단단하고, 장 조직 고유의 세포외기질 성분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다.
세포는 장을 모사했지만, 정작 세포가 자라는 환경은 실제 장과 달랐던 셈이다. 이는 단순히 배양막의 '촉감'만 다른 문제가 아니다. 세포는 성장인자나 단백질 같은 생화학적 신호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단단함과 구조 같은 물리적 신호도 감지한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은 세포의 증식과 분화, 조직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장과 유사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 조직의 성분과 물리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 두 가지 조건을 하나의 배양막에 구현하는 데 주목했다. 먼저 '전기방사' 기술을 이용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섬유로 이루어진 초박막 나노섬유 지지체를 제작했다. 여기에 돼지 대장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세포외기질(ECM) 성분만 남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M)을 결합했다. 이렇게 개발된 'C-NaDE membrane'은 나노섬유 지지체의 안정적인 구조와 장 조직 유래 dECM의 조직 특이적 성분을 동시에 갖도록 설계됐다. 특히 기존 합성 배양막과 달리 장 조직에 가까운 부드러운 물리적 환경까지 구현함으로써, 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경험하는 미세환경을 보다 충실하게 재현했다.

효과는 세포 수준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사람 대장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상피세포를 새로운 배양막에서 키운 결과, 장 줄기세포 유지와 세포 증식에 관련된 특성이 향상됐다. 또한 기존 배양 조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일부 분비계열 세포 관련 유전적 마커가 증가했으며, 형성된 상피세포층 역시 실제 장 조직의 형태학적 특징을 보다 잘 나타냈다.
이번 기술은 기존 세포 배양 장치뿐 아니라 미세유체 기반의 'organ-on-a-chip'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장 질환 모델링과 약물 반응 평가, 장 장벽 기능 분석은 물론 장내 미생물과 장 상피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 조직 고유의 성분과 실제 조직에 가까운 물리적 환경을 하나의 배양막에서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재승 교수(제1저자)는 “기존 배양 시스템이나 미세유체 칩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장 질환 연구와 약물 평가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과 장 조직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국가연구소(NRL)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벤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