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T, 버려지던 배터리 침출 잔사로 '상용 수준 음극재' 재활용 기술 개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그동안 경제성이 낮아 전량 폐기되던 흑연 잔사를 활용해 상용 수준의 흑연 음극재를 제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번 기술은 포스코그룹 내 배터리 리사이클링, 소재 제조, 제철 공정 부산물 활용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그룹사 자원순환 모델'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원장 고동준) 자원정제련연구그룹은 포스코HY클린메탈 공정에서 양극재 핵심 금속을 추출하고 남은 '블랙 파우더 폐탄 잔사'를 원료로 삼아, 고성능 음극재용 흑연으로 업사이클링하는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고가 무기물 중심의 양극재 회수에 집중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 후 잔사는 대부분 흑연(전체 배터리 무게의 14~22% 차지)으로 구성돼 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대부분 폐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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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침출 잔사와 콜타르 활용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 이미지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코 제철 공정에서 나오는 부원료인 '콜타르'를 개질·활용하는 혁신 공정을 도입했다. 미세하게 부서진 흑연 가루에 콜타르를 코팅제로 적용해 입자를 뭉치는 조립 및 탄소 코팅 공정을 수행했다.

이 구조 최적화 기술을 통해 흑연의 비표면적을 기존 9.25m²/g에서 1.01m²/g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고, 탭 밀도를 상용 흑연 수준인 0.98g/cc까지 향상시켰고, 이를 통해 배터리 초기 충방전 시 전해액이 분해되는 부반응을 완벽히 억제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흑연소재 회수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서 요구되는 전극 조건을 반영한 전기화학 평가를 통해 재활용 흑연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산업계 기준에 맞춘 고로딩 조건(10.6mg/cm²)의 반전지 평가에서 350.3mAh/g의 가역 용량과 93.1%의 우수한 초기 쿨롱 효율(ICE)을 달성했다.

나아가 고에너지 밀도를 지향하는 최신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실리콘산화물(SiOx) 음극재와 재생 흑연을 혼합한 복합 음극재를 제작하고 전지(Full-cell)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300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이후에도 상용 음극재와 대등한 수준의 용량유지 안정성을 보여주었다. 향후에는 포스코퓨처엠의 실리콘 음극재(Si-C)와의 복합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기존 인조흑연 제조 공정은 대규모 에너지가 소모되는 흑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이번 개발 기술은 이미 배터리에 사용되었던 흑연을 음극재의 원료로 재사용하므로 공정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특히 고가의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kg당 약 1달러) 대신 kg당 약 0.02달러 수준인 폐배터리 침출 후 폐탄잔사를 원료로 활용해 경제적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RIST 자원정제련연구그룹 양인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양극재 회수에만 치우쳐 있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범위를 음극재까지 확장함으로써 배터리 제조의 자원순환 '완전한 닫힌계(Closed-loop)' 구축 가능성을 제시했다. 포스코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원과 생산제품을 연계한 독보적인 친환경 전지 소재 리사이클링 모델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의가 매우 크다” 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RIST 자원정제련연구그룹 안정철 박사와 김태훈 기술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이차전지용 폐탄소 자원 기반 음극재 제조기술 개발' 및 '중형 슈퍼 프리미엄급 인조흑연 블록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관련 핵심 기술들은 모두 국내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화학공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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