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패할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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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틴세이버 9기 이지원. 사진=세이브더칠드런 틴세이버

아동은 어릴 때부터 늘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랍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실수하지 말아야 하며,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속에서 자주 놓쳐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동에게도 실패할 권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패는 단순히 부족함을 보여주는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해 보고, 틀려 보고, 후회해 보는 경험을 통해 아동은 자신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또 실패를 겪으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아동이 실패를 경험하기도 전에 실패를 두려워하는 태도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물론 그런 마음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실패를 막아주는 것이 정말 아동을 위한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하면 작은 좌절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고,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배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한 번도 틀려본 적 없는 아동이 처음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그 경험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를 크게 부정하거나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실패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실패를 하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거나 뒤처진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 시선 때문에 아동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게 됩니다. 배우기 위해 시도하기보다 실수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아동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동에게 실패를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며, 다시 해볼 수 있다고 믿어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과정과 마음을 함께 살펴봐 주시고, 실수했을 때 비난하기보다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아동에게 실패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말은 아동을 그냥 내버려 두자는 뜻이 아닙니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동을 실패하지 않게만 키우기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실패할 권리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실패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로 인정하는 사회가 될 때, 아동은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아동은 더 주체적으로 배우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아동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틴세이버 9기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