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해외에서 인수한 개발사 대표를 회장직에 올리며 '글로벌 제작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회사의 전략 축을 한국·일본 중심 경영에서 글로벌 스튜디오 주도의 크리에이티브(창작) 체계로 확장한다는 선언이다.
22일 넥슨에 따르면,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일본법인 신임 회장(Executive Chairman of the Company)은 넥슨 그룹 차원의 장기 전략 방향과 차세대 개발 역량 강화, 글로벌 확장 전략에 대한 자문 및 감독 역할을 맡는다.
이정헌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전사 경영과 사업 운영, 성과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며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회장 선임은 쇠더룬드 회장의 글로벌 제작 역량을 넥슨의 핵심 DNA로 이식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단순히 해외 자회사의 성과를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북미·유럽 콘솔 시장에서 통하는 개발 방식과 조직 운영 노하우를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구조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앞서 쇠더룬드 회장이 창업한 엠바크스튜디오 는 2018년 넥슨의 전략적 투자를 받은 뒤 2019년 완전 인수되며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후 선보인 아크 레이더스 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400만장을 돌파하고 최고 동시접속자 96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유저 대부분이 그동안 국내 게임사가 숙원 공략 대상으로 여겨온 북미·유럽 이용자로, 넥슨이라는 이름을 글로벌 게임 시장에 각인 시켰다는 평가다.
엠바크 설립 이전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월드와이드스튜디오 총괄 부사장을 지낸 쇠더룬드 회장은 DICE CEO로 재직하며 '배틀필드' 시리즈를 총괄한 글로벌 제작 책임자다. 북미·유럽 콘솔 시장에 대한 이해와 대형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을 갖춘 인물을 그룹 회장으로 전진 배치한 것이다.
쇠더룬드 회장은 “넥슨은 폭발적인 성장을 위한 모든 자산을 갖추고 있다”며 인재, 프랜차이즈, 이용자 커뮤니티,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정헌 대표 역시 “지금 넥슨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낸 검증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쇠더룬드 회장과 이 대표는 상하 관계가 아닌 전략과 실행의 분업 구조를 이룬다. 쇠더룬드 회장이 중장기 비전과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설계하면, 이 대표가 이를 사업과 조직 차원에서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채택해 온 '크리에이티브 리더+운영 CEO' 모델을 넥슨도 도입한 셈이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매출 4조507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콘솔·PC 대형 신작 부문에서는 추가 확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크 레이더스의 성공은 넥슨이 기존 온라인·라이브 서비스 강점에 서구권 AAA 제작 역량을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손꼽힌다.
넥슨은 오는 3월 31일 일본에서 진행되는 캐피탈 마켓 브리핑을 통해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