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현장을 가다] 르포-사람 대신 로봇이 용접하는 조선소…HD현대삼호, 피지컬 AI로 효율성 극대화

Photo Image
HD현대삼호의 로봇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로봇 도입으로 달라진 HD현대삼호 조선소

#조선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 중 하나다. 압도적인 크기의 배를 조립하는 건조 현장 곳곳에서 셀 수 없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조선소에도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 점점 로봇이 일을 대신하고 있다. 인력난과 숙련공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비전·레이저 센서·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피지컬 AI'가 공정에 투입되면서 효율성·생산성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HD현대삼호는 로봇을 적극적으로 공정에 도입해 미래 조선소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90여대의 로봇이 만드는 선박 블록…효율성·생산성 ↑

목포역에서 차로 30여분,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판넬공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블록 용접 작업 불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정을 자세히 보기 위해 공장 안으로 향했지만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는 보이지 않았다. 불꽃의 주인공은 로봇이었다. 구조물을 이용해 이동하는 대차형 로봇이 수직 용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로봇의 용접 작업이 마무리되자 오퍼레이터라고 불리는 작업자가 등장했다. 포뮬러1(F1) 머신의 핸들을 연상케 하는 컨트롤러를 이용해 대차형 로봇을 옆에 있는 다음 작업 장소로 이동시켰다. 대차형 로봇을 하강시킨 뒤 위치를 잡아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다시 용접을 시작했다.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니 도수형 로봇이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도수형 로봇은 대차형 로봇과 다르게 오퍼레이터가 작업 장소까지 로봇을 직접 옮겨 용접을 진행한다. 해당 로봇도 오퍼레이터가 위치를 잡은 후 시작 버튼을 누르면 용접 작업이 이뤄진다.

HD현대삼호는 대차·도수형 로봇 등 90여대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판넬공장과 더불어 선박용 블록을 조립하는 소조·대조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용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의 만족도는 높다. 숙련공의 용접 속도와 운용법, 설계 등을 데이터화해 로봇에 입력했기 때문에 실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HD현대삼호의 로봇은 다양한 용접법 중 조선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후진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간 로봇이 하지 못했던 좁은 각도인 30도까지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Photo Image
HD현대삼호의 로봇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효율성도 높아졌다. 작업 구간을 '셀(Cell)' 단위로 정의할 때, 작업자는 하루 약 25~30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데 반해 로봇활용시 약 45~50셀의 용접 작업이 가능하다. 작업자는 컨디션, 환경 등에 따라 품질과 속도에 영향을 받지만 로봇은 이러한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아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것이다.

특히 블록 용접은 많은 인원이 투입되지만 복잡한 형상, 많은 작업량 등으로 인해 병목 현상이 발생해 전체 공정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도입된 이후 공정 흐름이 가속화되고 병목 현상이 완화돼 전반적인 생산 효율이 크게 상승했다.

체계적인 생산 계획 수립 및 공정 관리 역시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세부적인 생산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대략적인 계획에 의존해 공정을 운영해 왔으나 현재는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과 공동 구축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관리가 가능하다.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면 공정별 투입 로봇의 위치, 대수, 실제 용접 진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로봇 대수에 따른 생산 속도를 산정할 수 있다. 또 모니터링 화면을 통해 아크율(용접률), 작업 시간, 용접 물량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작업 위치별 효율성 평가 및 블록 형상에 따른 적정 인원·로봇 배치 계획 수립이 가능해졌다.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HD현대삼호는 로봇 2대가 S급 숙련공 1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차형 로봇은 오퍼레이터 1명이 6대를, 도수형 로봇은 1명이 2대를 운영한다. 즉 사람 1명이 각각 숙련공 3명, 2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숙련공의 경우 통상 2~3년의 경험이 쌓여야 역량이 발휘되지만 로봇을 이용하게 되면 이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성별, 국적과 관계없이 자동화혁신센터에서 로봇 조작 방법을 습득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

서정훈 HD현대삼호 내업1 담당 상무는 “블록 용접 작업은 전체 인원의 50%가 투입되는데 로봇 도입 이후 리드 타임을 20%가량 단축했다”라면서 “과거 조선업을 3D 업종이라며 아무도 찾지 않았다. 로봇 도입 이후 수도권의 기술을 배워 작업을 하려는 사람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AI 기술을 활용해 로봇 작업 고도화 등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라면서 “작업 환경도 더 안전하고 쉽게 만들기 위해 개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로봇 솔루션 확보 위해 그룹과 협력…스마트 조선소 구축 속도

Photo Image
로봇의 용접 작업을 바라보고 있는 오퍼레이터. HD현대

아직까지 로봇의 활용은 용접 공정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HD현대삼호는 용접 공정에 로봇을 도입해 성과를 거둔만큼 이를 기반으로 타 공정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볼팅 작업, 도장 작업 등 작업자가 기피하는 공정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외압 공정에 로봇을 투입할 예정이며 상반기 중에는 자동화를 통해 도장 작업에도 로봇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외에 물건을 옮기는 작업 등에 대한 공정에도 로봇 도입을 검토 중이다.

HD현대삼호는 HD현대 미래기술연구원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HD현대만의 특화된 로봇 솔루션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도입도 적극 추진한다. 해외 및 국내 유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하드웨어를 도입하고 소프트웨어와 응용 기술은 HD현대 미래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각 사 자동화혁신부와 협업해 조선업에 특화된 고유의 자동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조선소의 자동화 수준은 앞으로 공정 단위의 자율화를 넘어 연속 자동화가 가능한 고도화 단계로 진입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HD현대삼호는 스마트 조선소 구현을 위해 로봇 기술을 단순한 장비 수준이 아닌 조선업의 복잡한 생산 공정에 최적화된 지능형 시스템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삼호는 현장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작업 구역별 로봇 적용 방안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있으며 숙련자들이 보유한 도메인 지식을 최대한 확보해 로봇에 구현하는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삼고 있다.

Photo Image
HD현대삼호 야드 전경. HD현대

향후 로봇 활용이 가능한 공정을 확보해 작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 공정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한층 더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선진국형 스마트 조선소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미래기술연구원 및 HD현대중공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조선 생산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도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