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2년 태창상회로 설립된 티플랙스는 국내 스테인리스 가공 산업의 선두 주자로, 40년 넘는 시간 동안 봉강(환봉)·판재·CDM 가공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기업이다. 1,800여 개 고객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티플랙스는 지난해 매출액 2,075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주요 스테인리스 유통사 가운데 당당히 '빅3'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 3월, 창업자 김영국 회장의 장남인 김태섭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공식 취임하며 '제2의 티플랙스' 시대가 시작됐다.
생산직과 영업직,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올해 사장으로 승진한 김태섭 대표는 철저히 준비된 2세 경영인이다. 단순한 '승계자'가 아니라, 조직의 변화와 도전을 이끌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춘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기업의 체질 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연매출 2,500억 원 수준의 실적 회복을 추진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첨단소재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안산 MTV 본사 부지 내 2,000평 규모의 제2공장 신설을 통해 생산 역량을 고도화하고, 시장의 다변화된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티플랙스는 철저한 품질관리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국내 봉강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가 지정한 8개 STS 가공 협력센터 중 하나로, 세아창원특수강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김 대표는 이러한 전통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되, 생산 시스템의 자동화·고도화를 통해 기업을 '철강 유통기업'에서 '소재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그는 경영 투명성과 주주 친화 정책에서도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2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으며, 반기 배당 도입과 같은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검토 중이다. 특히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감사 후보를 대승적으로 수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이견은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안정성과 주주 신뢰 회복이 더 중요했다”며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소신을 전했다.

경기도 안산시 시화MTV에 본사를 둔 티플랙스는 현재 공장 옆 유휴부지 중 일부를 활용해 2000평 규모의 제2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제2공장이 완공되는 2031년은 회사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김 대표는 이 해를 '첨단소재 기업으로서의 완성기'로 보고 있다. 기존의 봉강, 판재, CDM 사업을 넘어 반도체, 전기차, 수소에너지 등 미래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고부가 소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생산설비와 인재, 조직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혁신 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자가 아닌 만큼, 더 많이 듣고 더 넓게 보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티플랙스는 고객, 주주,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강한 기업'은 외형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할 줄 아는 유연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창사 45주년을 맞은 티플랙스는 지난 4월 한국중견기업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아 중견기업으로 편입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중견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업종별 평균 매출액 및 자산총액이 3년간 1,500억 원을 넘어야 한다. 티플랙스는 이번 중견기업 편입을 계기로 '강소기업을 넘어선 차세대 산업리더'로서의 위상도 다지고 있다.
티플랙스는 이제 전통의 제조기업에서 미래지향적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청과 실행'을 무기로 새로운 성장의 그림을 그려가는 김태섭 대표가 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