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김형묵, '사랑은 비를 타고, 25년 연기초심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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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누아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가 주는 큰 감동과 함께 제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다. 무대복귀를 도와준 노우성 연출을 비롯한 여러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배우 김형묵이 2개월만의 무대복귀작 '사랑은 비를 타고'와 함께 묵직한 인간감동을 나누며, 25년 연기초심을 새롭게 할 것을 다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는 부모를 잃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살아온 맏형 동욱의 마흔 번째 생일, 7년 만에 돌아온 동생 동현과 겪는 갈등과 화해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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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보더리스컴퍼니 제공)

김형묵은 극 중 동욱 역을 맡는다. SBS '열혈사제', tvN '빈센조', KBS2 '순정복서', MBC '밤에 피는 꽃' 등에서 선역과 악역을 오가는 안방활약과 함께 최근 뮤지컬 '블러디 러브'로 8년만에 뮤지컬 복귀를 선언했던 그의 무대내공을 토대로 가족 간의 우애와 사랑의 의미를 더욱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김형묵은 인터뷰 동안 묵직따뜻한 모습과 함께, '사랑은 비를 타고' 출연소회와 함께, 26년차 배우로서 성실하게 쌓아온 스스로의 연기관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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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묵과 후이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30주년 공연 프레스콜에서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달만의 뮤지컬 컴백, 준비과정이 녹록치 않았을텐데?

▲전작 '블러디 러브'가 마무리되기 전 제안을 받았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스케줄도 있었고, 반 헬싱 캐릭터에 깊이 빠져있었던 터라 바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30년 스테디셀러인 '사.비.타.'의 음악과 대본을 보고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대학동기이자 늘 영감을 주는 노우성 연출은 물론, 동료배우들에게 많이 의지하면서 힘을 채웠다.

-'사.비.타.' 속 동욱 역 발탁 소회?

▲동욱 역을 할 수 있는 연륜이 됐지만, 현실적으로는 삼형제 중 막내라 동현 역의 시선에 가깝다. 그와 함께 '블러디 러브' 직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터라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그를 캐릭터에 투영했다.

그렇게 완성된 '사.비.타.'의 동욱은 부모의 시선에서 자식을 바라보는 보편공감의 캐릭터다.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책임감 있게 가족을 대하는 모습이 신세대들에게는 답답해보일 수 있지만, 진실된 마음과 함께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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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누아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는 'J.ACO'의 세련된 손길을 거친 무대음악과 함께 전해지는 담백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저 스스로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 같다.

-동료배우들과의 조화는 어떤가?

▲작품이나 캐릭터마다 공감하는 세대들이 다를 수 있지만, 사.비.타. 만큼은 '보편공감'이라 할만큼 그 층이 넓다. 그는 저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동료들의 매력과 힘이 큰 덕분이라 생각한다.

함께 연기하는 (최)대철, (송)용진 등은 물론 동현 역으로 함께하는 재한·종형·후이·(조)환지, 미리 역의 (박)가은, (안)현아 등 동생들의 열정적인 호흡에서 많이 배운다.

그들의 순수하고 진실한 자세, 열정들을 살펴보면서 더욱 공감있는 캐릭터로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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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30주년 공연 프레스콜 속 배우들의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 최대철, 김형묵, 송용진, 박가은, 안현아, 조환지, 후이, 김재한, 종형.(사진=연합뉴스)

-데뷔 이래로 뮤지컬 대작에서의 활약들이 눈길을 끈다. 그 배경은?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연기에서 드라마·영화로 넘어간 케이스로서, 뮤지컬은 늘 설레게 한다.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해서 연기와 함께 이를 다양하게 표현하며 작품들을 접해왔다.

물론 캣츠 등 브로드웨이 작품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로 발레, 재즈댄스, 한국무용, 밀양북춤 등 퍼포먼스는 물론 성악이나 오페라, 피아노 등 여러가지를 배웠다.

다만 이러한 행복감 가운데서도 연기가 가장 좋다. 평소 “내게 춤은 열정을, 노래는 감동을 주고, 연기는 나를 미치게 한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각 무대경험들 가운데서 연기로 감정을 드러낼때가 가장 짜릿하다.

-무대 10년만의 매체연기, 최근 8년만의 무대복귀. 각각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한 분야를 우직하게 해오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장르와 무대경험을 하며 '배우'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연기자로 성장하고 싶어서 다양하게 도전해오고 있다.

물론 스스로 깨질 때도 있지만, 바르고 진실된 연기를 위한 발걸음은 늘 짜릿하다. 최근 무대복귀는 매체적응을 위해 의도적으로 거리를 뒀던 시기를 넘어 초심을 되찾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것이다.

무대가 주는 큰 감동과 함께 제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다. 이를 도와준 '사랑은 비를 타고' 노우성 연출을 비롯한 여러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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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전작 '블러디러브' 속 반 헬싱 역을 연기중인 김형묵. (사진=누아엔터테인먼트, PR컴퍼니 제공)

-매체연기 측면에서 선악을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 색감과 매력을 보여줬다. 스스로 기억할만한 '명캐릭터'의 모습은?

▲그렇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 제 평생 지론은 인생명작은 '차기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열혈사제' 빌런이던 강석태 부장이나, 박재범 작가님이 제안해준 '빈센조' 속 토토 사장, '왕이 된 남자' 특별출연 등 여러 작품과 캐릭터들이 생각나지만, 작품과 캐릭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대에서 1인15역을 해보기도 했고,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며 쌓은 다양한 캐릭터 호흡들이 제 안에 있기에, 앞으로 더 많은 캐릭터들을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제가 그러한 매력들을 다양한 무대들로 선보이고 인간적인 마음들을 보여준다면, 여러 작품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욕심내본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의 삶을 잘 선택하고 꾸려나가야 할 것 같다.

-영화음악 가이드, 연기스승 등 배우 이외의 다양한 모습으로 연기애정을 발휘하고 있다. 김형묵에게 연기란?

▲어쩌면 재미없고 고지식해보일 수 있지만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기를 놓으면 더 잘하게 된다'라고 조언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매사에 연기를 떠올리다 보니 여러 군데서 연기적 원리를 배운다.

캐릭터도 작가나 감독이 원하는 인간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는 만큼, 인간적 삶 속에서 매 순간 관찰하고 이해하면서 깨닫는 것 자체도 연기준비라고 할 수 있다. 성실하게 자기 삶을 살고, 그 가운데서 깨닫는 것이 작품과 대본 이외로 존재하는 연기공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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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메이크스타 사옥에서 배우 김형묵과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누아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26년차 배우 김형묵의 모습은 어떤가?

▲인생사에 휘둘리지만, 작품을 붙잡고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는 연기자다. 주변의 많은 좋은 분들과 함께 저도 모르는 많은 재주들을 삶 속에서 깨닫고 성장하면서,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있다.

'내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더 우물쭈물하지 않고 매 순간 더 열심히 살고 싶다.

-최근 작품들 캐스트 가운데서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하다. 이 상황에서 배우로서의 자세는 어때야할지?

▲쓰임받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많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본을 다지면서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OTT도 세상도 스스로를 계속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