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니엘 ‘SHE’,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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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엘, 사진=EL&D

K팝 아이돌의 시간은 보편적인 기준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편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후반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3~40대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하는 반면, 많은 K팝 아이돌은 10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20대 중후반이면 이미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는 고참급 위치에 서게 된다.

때문에 K팝 아이돌은 30대쯤에 접어들면 오히려 ‘아이돌로서의 가치’를 시험받고 그에 따라 다른 영역으로 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론 그중에는 변함없이 플레이어로서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는 경우도 있고, 또 오히려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증명’에 성공하면 아이돌을 넘어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른바 롱런 가수로 거듭나게 된다.

니엘의 새 EP ‘SHE(쉬)’는 이와 같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역량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실제로 니엘은 이번 앨범을 두고 “내가 평소에 듣고 좋아하는 음악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려고 했다. 니엘이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친구 아직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리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SHE’는 니엘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자 틴탑 데뷔 15주년, 솔로 데뷔 10주년에 발매된, 여러 가지로 의미 부여가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니엘이라는 가수의 새로운 전환기가 될 ‘SHE’에 관한 이야기를 그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일단 ‘SHE’는 자칫 세상에 나오지 못 할 수도 있던 앨범이다. 최근 니엘은 꽤 긴 공백기를 가졌고, 그 사이 가수를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기 때문이다.

니엘은 “2019년쯤부터 조금씩 힘들다가 2021년에 번아웃이 크게 왔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때쯤 쌓인 게 터진 것 같다. 그 시기에 계속 집에서 쉬었고, 그때 살도 90kg까지 쪘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생각 안 하려고 하는 편이어서 내가 이럴 줄 몰랐다. 주변에서도 믿지 못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쉬는 동안 가수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너무 스트레스도 많았고 다시 뭔가를 하기 두려웠다”라고 덧붙여 힘들었던 당시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처럼 큰 고난을 마주한 니엘에게 극복할 힘을 준 것은 결국 팬이었다.

니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팬들이 ‘무대 위의 너를 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때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가 언제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무대 위였던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하며 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게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앨범이 바로 이번 ‘SHE’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니엘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니엘은 “대중성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팬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춰서 나와야 하는가, 새로운 모습을 해야 하나 갈림길이었다. 그중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선택의 이유는 명확하다. 갇혀 있지 않기 위해서다.

니엘은 “내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과거에 영광에 취해있지 말자고 했다. 거기에 갇혀있으면 새로운 시도를 못 하기 때문에 과거를 다 잊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나 자신을 굉장히 많이 돌아봤다. 내 과거 모습과 현재 아이돌의 프로모션을 비교해 가며 객관화를 많이 했다”라고 말해 선택의 이유를 뒷받침했다.

그렇게 탄생한 ‘SHE’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앨범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수록된 트랙의 장르도 다양하다.

니엘은 “이번 앨범 콘셉트를 처음부터 사랑과 이별로 주제를 잡았다. 타이틀곡 ‘SHE’도 이별에 갇혀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사실 내가 평소에 듣고 좋아하는 것은 이런 딥한 곡들이다. 내가 작사, 작곡을 해도 이렇게 딥한 곡이 나온다. 대신에 수록곡은 장르가 다양하다. 팬들은 수록곡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앨범을 설명했다.

특히 동명의 타이틀곡 ‘SHE’는 뮤직비디오부터 독특하다. 다치고 상처받은 니엘의 모습과 마치 몸부림치는 듯한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 등은 보편적인 K팝 스타일에서 보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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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엘, 사진=EL&D

니엘은 “이번에 사랑 속에서 헤매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 댄스는 정해진 안무는 있지만 느낌을 많이 신경 썼다. 처음부터 챌린지에 신경 쓰지 말고 만들어달라고 했다. 날것의, 느낌 위주의 안무였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안무가도 힘들어했고 배우는 나도 힘들었다. 채워야 하는 것이 많았다”라고 많은 공을 들인 퍼포먼스임을 알렸다.

타이틀곡은 니엘이 원하고 바라는 방향을 설정했지만, 수록곡은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팬에게 다가가는 곡이 많다.

니엘은 “3번 트랙 ‘사랑이란 단어에 뭐가 들었든’은 기존의 음악과 결이 비슷하다. 사실 나도 이 곡이 최애곡이고 나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SHE’를 타이틀로 했다. 4번 트랙 ‘If you're the ocean’은 기다려준 팬을 생각하면 불렀던 노래다. 5번 트랙 ‘사랑에 대체 무슨 핑계야’는 밴드 사운드 곡이다. 팬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곡이다. 드라이브 송으로 생각했고, 멜로디도 쉽고 듣기 편하다. 그래서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라고 각 트랙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말로 모든 트랙이 다 마음에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작곡을 만들어 둔 것도 있는데, 앨범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수록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여 이번 앨범 전체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SHE’는 니엘이라는 가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앨범임이 분명하지만, 그가 목표로 삼는 지점은 소박했다.

니엘은 “이 앨범을 내면서 ‘1위를 하겠다’라는 큰 목표보다 ‘니엘이 이런 음악을 가지고 나왔다’가 목표다. 활동을 오래 쉬어서 ‘이 친구 아직 음악하는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활동 목표다.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걸로 충분하다. 엔터테인먼트나 가요계 일을 안 하는 사람들에게서 내 이야기가 나오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다시 “이제 1인 기획사고 내가 대표라서 일단은 마이너스만 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기획사 대표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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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엘, 사진=EL&D

이와 더불어 니엘은 올해 또 하나의 이벤트도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니엘은 “올해가 틴탑 데뷔 15주년이다. 창조가 5월에 제대하면 기념 활동을 생각하려 한다. 멤버들 의지가 강하다. (가능하다면) 앨범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래도 우리가 아직은 젊은 편이라서 예전 틴탑의 모습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틴탑으로도 팬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끝으로 그는 “나도 솔로 데뷔 10주년이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더 잘 준비하고 싶었다. 올해부터 팬에게 모습을 자주 비추고 싶다. 팬들이 ‘제발 활동하라’ 했을 때 못 했으니까, 올해는 진짜 자주 보여주려고 한다. 그런 한 해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보편적인 기준으로 볼 때 사회에서 ‘전성기’는 30대부터인 경우가 많다.

마침 니엘은 1994년생으로 딱 30대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