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45〉 [AC협회장 주간록55] IT 스타트업 엑소더스,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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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스타트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투자 혹한기와 내수 시장 침체 속에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점점 해외로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에서 폐업한 스타트업은 174곳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시드(Seed) 단계에서 문을 닫은 스타트업이 95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초기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조차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투자금과 상대적 정부 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IT산업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그만큼 투자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됐고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해졌다. 결과적으로 IT 스타트업들은 시드 단계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생존 자체가 어려워졌다.

둘째, 국내 시장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AI, 데이터,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기업들은 시장 검증을 거쳐야 벤처캐피털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국내 시장은 충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입증해야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


셋째, 기업 환경 경직성이 문제다. 최근 많은 IT 스타트업들이 미국이나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이유는 규제 완화와 세금 혜택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창업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고 투자 유치 과정도 복잡하다. 이런 환경에서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할 경우, 한국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다. 첫째, 초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투자사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는 팁스(TIPS) 같은 투자 연계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보다 유연한 투자 매칭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시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미국, 유럽, 동남아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쉽게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해외 진출 지원이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 검증, 현지 네트워크 구축, 투자 유치 연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창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 창업 생태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scale-up)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친화적인 규제를 도입하고, 초기 기업들이 보다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 IT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은 기술을 개발하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창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때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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