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D램을 20단으로 적층하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마이크로 범프 없이 반도체를 구리와 구리로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향후 대대적인 공정 변화가 예상된다.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주최 학술행사 '인공지능(AI)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기술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HBM 패키징 분야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HBM4 16단까지는 기존 기술로 적층이 가능하다고 판단,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을 익스텐션(연장)하려고 한다”며 “20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베이스(기본)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하반기부터 양산하는 6세대 HBM 'HBM4' 16단까지는 D램을 마이크로 범프로 연결한 뒤 빈 공간을 액상 소재로 채우는 MR-MUF 기술을 활용하지만, 20단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HBM 용량을 늘리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개선하려면 더 많은 D램을 쌓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두께가 두꺼워지는 만큼 기존 패키징 공법으로는 적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범프를 없애 두께를 줄이고 전력 소모량도 절감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양산 예정인 7세대 HBM 'HBM4E'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일부 도입하고, 8세대 'HBM5'부터 공정을 전환할 전망이다. HBM5는 D램을 20단으로 적층하는 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은 매력적인 솔루션이기 때문에 많은 장비와 공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기술”이라며 “양산성 확보 관점에서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