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이면서도 변화폭이 큰 캐릭터를 만난 건 행운이다” 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악연' 호흡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해수를 만났다.
'악연'은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박해수는 극 중 '목격남' 김범준 역으로 호흡했다.

'안경남' 상훈(이광수 분)과 '유정'(공승연)의 뺑소니 현장을 무덤덤하게 목격한 이후, 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능글맞은 모습으로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는 치밀한 '악인'의 이미지를 촘촘히 그리며 시청자들을 주목시켰다.
또한 교도소 동기 '장길룡'(김성균 분)과 '사채남' 재영(이희준 분), 의사 주연(신민아 분) 등 일련의 캐릭터들이 지닌 '악연'의 직간접적 배경으로서, 이들의 솔직한 욕망들을 깨우는 현실 악인 호흡을 묵직하면서도 깔끔하게 표현해 글로벌 팬들을 매료시켰다.

박해수는 특유의 솔직묵직한 모습과 함께, '악연' 목격남으로서의 호흡과 작품의 큰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분량상의 부담은 없었는지?
▲마냥 큰 부담은 없었다. 캐릭터별 과거 전사와의 연결감과 함께 서사가 후반에 풀리는 캐릭터이기에, 초반에는 행인11 수준의 이미지로 다가서며 점차 호기심을 유발하는 톤으로 접근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한 노력들이 6부작으로의 빠른 텐션으로 전개되면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능글맞은 초반부와 반전 있는 후반부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능글맞은 모습은 단순히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본성을 감추기 위한 생존 방식으로 설정했다. 감독님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육교 장면이나 '안경남' 상훈(이광수 분)에게 돈을 갈취하는 장면, 암매장 장면 등에서 과장된 표현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후반부의 변화는 이광수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에너지에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연기했다. 일반적인 윤리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생존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캐릭터에 몰입하며 연기를 준비했다.

-캐릭터의 현실적인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주변에서 참고할 만한 인물이나 상황이 없어, 관련 미디어 자료를 참고하고 동료 배우들과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사기꾼의 경우, 범죄를 통해 쉽게 이익을 얻는 경험이 반복되면 스스로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몰아가면서도 단순한 악당이 아닌 어딘가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보이기를 의도했다. 이러한 설정은 극 중 목격남의 후반부 에피소드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극 중 '목격남'이 다른 캐릭터들의 상황에 개입하며 그들의 호흡을 흡수하는 듯한 모습에 대한 생각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목격남', '안경남'과 같은 추상적인 캐릭터 이름과 더불어,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타인의 소유물과 범죄 행위까지 빼앗는 기생적인 존재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채남'(이희준 분)의 오피스텔에 “웰컴홈”이라고 말하며 들어가는 장면이나, 그 후 홀로 남겨진 공간을 바라보는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상 특수 분장과 이희준 배우와의 데칼코마니 설정에 대한 경험은 어떠했나?
▲우선 화상 분장은 그러한 색다른 호흡들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어색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을 참고하며 캐릭터의 불안하고 예민한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이희준 형과의 데칼코마니 설정은 촬영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했다. 외형적인 유사성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닮아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얼굴이 가려진 상황에서도 목소리 연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후반부 신민아 배우와의 대립 장면 연기는 어떠했나?
▲엘리베이터 신이나 택시 안에서의 장면 등에서 목격남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 그 감정에는 선함이 단단하게 존재하는 '주연'(신민아 분)에 대한 일종의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신민아 선배님은 이러한 '주연' 캐릭터의 따뜻함과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악연'에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떠했나?
▲이희준 선배와 김성균 형은 어떤 연기를 펼쳐도 유연하게 받아주시는 분들이라 함께 연기하는 동안 항상 든든함을 느꼈다. 또 (이)광수 배우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고, 공승연 배우는 독특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오랜 팬이었던 신민아 선배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감정적으로 특히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나?
▲후반부의 모든 장면들이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다. 극중 설정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욕설을 내뱉거나 불안감에 기침을 하는 등의 모습은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능글맞음과 서늘함이라는 극단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랜 기간 무대 연기를 통해 평범하지 않은 갈등 상황에 놓인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극단적인 감정 사이의 간극을 조절하고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악연이라고 할 만한 기억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악연이라고 생각하는 기억은 없다. 연극 작품부터 영상 매체 작품까지 함께 했던 동료 배우, 연출가, 작가 등 모든 인연들이 긍정적으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좋은 인연들 덕분에 넷플릭스와의 협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차기 작품 계획은?
▲최근 전도연, 김고은 두 배우와 함께 드라마 '자백의 대가' 촬영을 마쳤다. 또한 올해 공개될 영화 '대홍수'를 통해서도 글로벌 시청자를 찾아뵐 예정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