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8번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주 이어지는 9차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해야 하지만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간극이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현행 9.8%의 중개수수료를 5.0%까지 낮춰야 한다는 입점업체 단체들의 주장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8차 회의에서 중개수수료를 기존 9.8%에서 5.0%로 인하하는 상생안을 제시했다. 전제조건으로 배달비를 유동적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배달기사 지급비를 배달 라이더 단체와 협의해 시장가격으로 적용하면 중개수수료를 5.0%로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입점업체 단체들은 무료배달을 위해 쿠팡이츠가 부담하던 배달비를 점주가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7차례 이어진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수수료 인하 관련 상생안을 공유하지 않다 이날 처음으로 수수료 인하 관련 상생안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쿠팡이츠의 상생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의 안에 대해서는 입점업체 단체들은 배달비 부담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중개 수수료는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입점단체와 협의 자리에서 라이더 단체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8차 회의에서 기존과 같이 차등 수수료 안을 언급했다. 매출 상위 60% 점주에게는 기존과 같은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4.9~6.8%를, 상위 80~100%에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배민이 중개 수수료 6.8% 구간을 확대한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진전된 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배민은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가 없어져야 중개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0일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9차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달 말까지 상생협의체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만큼 9차 회의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간극으로 인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이를 배달 플랫폼이 수용하지 않으면 공정위나 국회가 수수료 상한제를 입법으로 규율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한계에 이른 배달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위 사업자인 배민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서비스 이후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요기요는 최근 희망퇴직까지 단행했다. 정부가 중개수수료를 무리하게 규율하면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입점단체들이 주장하는 중개수수료 5.0%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버이츠(Uber Eats), 저스트잇(JustEat), 그랩푸드(GrabFood) 등 해외 배달 플랫폼은 15~30%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 5.0%는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