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현장] '음악 장인의 자부심'…봄여름가을겨울이 '뉴믹스'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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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사진=(주)봄여름가을겨울엔터테인먼트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전설의 명반이 새롭게 부활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봄.여름.가을.겨울 2 -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발매 35주년 기념 뉴 믹스 재발매를 기념해 간담회를 개최하고 소회를 밝혔다.

봄여름가을겨울이 1989년 10월에 발매한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은 발매 당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명반으로, 이 앨범의 수록곡 '어떤 이의 꿈'은 밴드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또 해당 앨범은 '(세 번째)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86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이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의 뉴 믹스 시도한 이유를 세 가지로 풀어보았다.

◇자부심

첫 번쨰 이유는 앨범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음악성과 사운드, 의미 등 모든면에서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이 시대를 초월한 앨범임을 자부했다.

김종진은 "89년 10월 셋째 주에 앨범이 나왔다. 이 앨범은 음악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담은 앨범이다. 당시 1년 이상 인기가 있었다. '뮤직박스 차트'에서 '내 품에 안겨'가 1위를 했고 '어떤 이의 꿈'은 나이트 클럽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또 그때는 연주곡이 앨범에 들어간게 보기 어려웠는데 이 앨범에는 3곡이 들어갔다. 그중에 '못다한 내 마음을'이란 곡은 그때 대학생, 직장인 밴드는 모두 연주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앨범 전체의 곡이 큰 사랑을 받아서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오버 그라운드로 올라오는 계기가 된 앨범이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음악을 인정받은 덕에 최초의 타이틀도 많이 획득했다.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이 국내 최초로 '억대 광고'도 촬영을 했고, 국내 최초 라이브 앨범,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스튜디오 녹음 등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성적을 넘어 사운드와 가사, 음악 시장에 끼친 영향력도 대단했다.

김종진은 "지금은 한국 음악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1989년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 음악은 해외 것을 빌려오기 급급했고, 그럼에도 기준이 없어서 어떤게 좋은 소리인지 몰랐다. 척박했던 시기였는데, 우리 봄여름가을겨울은 음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투자했다. 레코드 스튜디오를 여러곳을 전전하면서 작업을 했다. '어떤 이의 꿈'의 사운드가 그 당시 레코딩 스튜디오 엔지니어에게 큰 영감을 줬고, 그 이후 한국 음악 사운드 편곡방법에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김종진은 "'어떤 이의 꿈'이 그 당시 '좋은 노래말 상'을 수상했다. 이 노래가 꾸준히 다뤄지는 이유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 곡은 많았다. 꿈이라는 주제는, 특히 젊은 사람, 미래가 많이 남은 사람에게 꿈은 울림을 주는 단어다.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이 많은 울림을 준게 아닐까 싶다"라고 자평했다.

◇최상의 사운드

이번 앨범의 재발매를 위해 김종진은 마스터 테이프를 펼쳐놓고 이를 최신 기술로 완전히 새롭게 믹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리마스터링(Remastering)'이 아니라 '뉴 믹스(New Mix)'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하나다.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겠다는 일념이다.

김종진은 "그때 아날로그 테이프를 새로 믹스를 했다. 믹스의 기준은 과거 음악을 그대로 쓰되, 지금 들어도 어떤 음악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힙한 음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과거의 것을 고집하진 않았다. 음악 산업에서 가장 발전한게 믹싱 엔지니어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 믹싱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개인적으로 요즘 음악의 연주력이나 보컬은 다 고만고만한데, 그것을 믹싱을 통해 끌어올리는 기술이 정말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대의 기술을 채용해서 '35년 전 음악을 요즘 기술로 믹스하면 어떻게 들릴까'라는 질문을 갖고 작업했다"라고 뉴믹스의 기조를 설명했다.

또 그는 "과거의 에센스를 간직하면서 현대의 기술로 가장 좋은 사운드를 구현해서 모든 세대가 같이 들으 수 있는 그런 앨범을 만드는 게 작업의 중심이었다. 다만 요즘은 전체적인 사운드를 파도처럼 밀려들어가는 게 믹스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부분에서만 차별점을 줬다. 밴드 5명의 사운드를 각각 따로 들을 수 있게 분리를 잘했다. 예를 들어 드러머 전태관의 팬이라면 한 음악에서 드럼 소리만 따로 분리해서 들을 수 있을 정로도 믹싱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종진은 "우리는 극상의 음질을 추구하는 편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사운드를 추구한다. 음악애호가 정도 돼야 알 수 있는 툴을 많이 사용했다"라고 강조해 이번 앨범에 들인 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봄여름가울겨울이 이토록 사운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것이 음악의 '본질'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종진은 "35년 전에는 매순간 '정신'이 있었다. 음악가에게는 '음악가의 정신'이 있고, 장사하는 사람은 '상인의 정신'이 있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팔려고 하는 그런 '긍휼의 정신'이 있었다. 세상에 정말 좋은 것을 선사하겠다는 정신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신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포커스가 모이지 않는다. 지금은 어떤 대상에 대해 외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예를 들어 한강 작가가 35년 전에 노벨상을 탔으면, 그 책 안의 이런 저런 구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번역을 누가했다 등의 외적인 이야기를 한다. 음악도 이 사람이 어떤 음악을 연주했고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는지를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런 제시를 계속해야 본질이 남고 주변은 주변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당부했다.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힘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세 번째로 밝힌 이유는 '시대를 초월해 세대를 연결하는 음악의 힘'이다.

김종진은 "35년 전 그때는 레코드샵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남녀노소가 모두 같이 듣던 시대다. 즉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듣는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없는 시대가 됐다. 나도 내 자녀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모르고, 그들이 듣는 음악이 어떤 영향을 줘서 어떤 길로 가게 할 지도 알 수 없다"라고 요즘 시대를 진단했다.

이어 그는 "내 음악은 35년 전에 그 사람들이 들었던 음악이고, 그 분들의 자녀들이 20대가 됐을 시간이다. 이 음악을 부모와 자녀가 같이 들었으면 좋겠다. 부모 세대가 '우리는 이런 음악을 들었는데, 너희는 어떻니? 죽이지 않니? 노래말도 멋지고 사운드도 죽이고 연주 편곡도 죽이지? 우리 이렇게 멋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부모 자식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음악이 세대를 연결하는 음악이 되기를 바랐다.

이와 더불어 김종진은 현대 음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대 음악의 '짧은 생명력'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김종진은 "현대 음악가에게 죄송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음악은 죽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죽고 제작자는 살아났다. 그런 경향이 앞으로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음악의 본질보다 그것을 산업으로 만들고, 재미를 추구하는 그런 형태가 앞으로 더 심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그 산업을 위한) 부싯돌 정도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단적인 예로, 200년 전에는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 등이 대중음악이었다. 그 음악을 듣기 위해 최고의 악기로 최고의 홀에서 단 한 번의 연주를 했고, 그것으로 듣는 사람을 감동케 했다. 이후 시대가 변해서, 2000년대 들어서 음악은 죽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음악의 근원은 과거에 있다. 모래알처럼 흘러나가버린 것들을 복원하고 다시 그 가치를 아는 장인이 혼신을 다해서 재구성해서 들려주는 그런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과거 음악이 계속해서 복원되는 이유를 짚었다.

물론 김종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도 그런 음악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김종진은 "우리 음악을 젊은 분들이 들어주는 것이 너무 기분좋다. 과거의 음악을 즐겨달라는 우리 바람과 너무 부합한다. 하지만 약간 부족하다. 우리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 '우리는 봄여름가을겨울류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다. 바둑에서 하나의 유파로 분류하는 것처럼 '이건 봄여름가을겨울류' 이라고 알 수 있을 만큼 즐겨주면 좋겠다.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선배의 음악들을 어떤 장르나 시대로 묶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듣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더 파고 들어서 들어주면 좋겠다. 우리 한국음악도 그렇게 하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봄여름가을겨울은 물론 한국의 옛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의 뉴믹스 버전은 오리지널 아날로그 멀티 테이프로부터 다시 믹스해 최신 기술이 집약된 고퀄리티 음원으로 업스케일링 됐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의 10곡은 10월 17일 정오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출시되며 이후 바이닐(Vinyl) 한정판이 발매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