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국내 AI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AI 기업이 통신, 데이터센터 등 국내 시장 진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을 지닌 파트너를 확보하면서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KT는 지난 10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약 2조4000억원을 국내 AI·클라우드 시장에 공동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KT는 지난 달 미국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과 기술 협력으로 국내외 AI 검색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러한 협력에 대해 한 기업 대표는 “통신사들이 국내 다양한 기업들과도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마치 큰 사업은 빅테크 기업과 하고, 작은 사업만 나누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AI 모델에) 통신사의 대용량 데이터가 연결되면 국내 생태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대표는 “AI 기술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입장에선 소프트웨어(SW) 글로벌 밴더와 협력이 합리적 전략일 수 있다”며 “하지만 AI 협력은 AI 엔진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데이터 학습이 같이 이뤄지는데, 이때 우리나라의 소버린(주권) AI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AI 기업·스타트업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이나 도메인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거대언어모델(LLM) 개발·활용이 B2B(기업시장), B2B(소비자) 시장 진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작 단계인 AI 시장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필두로 MS, 구글클라우드 등 외산이 점령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국내 AI 생태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18곳)·중국(2곳) 등 AI 선진국과 비교하면, 10억달러 이상의 AI 유니콘 기업이 1개도 없다.
반면 해외 AI 기업 성장은 가파르다. 오픈AI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약 66억달러(약 8조8000억원)의 투자금과 약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의 신용대출까지 확보했다. 새로운 사업의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만 100억달러(약 13조 6000억원) 규모다.
AI 기업 관계자는 “해외 AI 기업들이 국내 서비스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의 인프라 문제일텐데, (통신사라는) 가장 좋은 파트너를 만난 셈”이라며 “국내 기업은 AI 분야 진흥을 위한 제도나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