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떠나는 계열사들…고강도 비상경영에 사옥 이전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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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몰 전경

롯데 계열사들이 그룹의 심장부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룹 전반의 비상경영 기조를 고려해 비용 절감에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롯데월드타워를 떠나 강남구 선릉역 인근 빌딩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지난 2022년 롯데지주 자회사로 설립된 이후 2년 만이다.

사무실 이전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있다. 롯데헬스케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롯데지주로부터 300억원의 유상 증자가 이뤄졌지만 반등의 기미가 없다.

단순한 경영 효율화를 넘어 사업 종료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모회사인 롯데지주 사무실을 떠나 외부로 독립한 것은 사실상 분리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그룹 안팎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올 초 일본 매체 인터뷰를 통해 부진 사업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이 임차료 절감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떠났다. 롯데온은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만년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적자는 4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억원이 늘었다. 강남구 위워크 타워에 새로 둥지를 튼 롯데온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컬쳐웍스도 지난 5월 사무실을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 송파구 삼성생명 빌딩으로 이전했다. 롯데컬쳐웍스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력 사업부인 롯데시네마 실적이 급감한 바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로 멀티플렉스 시장 또한 쪼그라들면서 회복세도 더딘 상황이다.

이 같은 모습은 엄중한 롯데그룹 분위기를 방증한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롯데지주는 지난 8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지난 6월과 7월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열사 전반에서 인건비·판관비 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