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기점으로 다변화된 플랫폼과 함께 소비자들의 콘텐츠 수요가 신중해졌다. 그만큼 자체 매력도가 단단한 콘텐츠가 중요하다” 국내 굴지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가 현재 콘텐츠 시장에서의 핵심을 이같이 꼽았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김세형 투자제작팀장, 김현철 유통전략팀장 등 롯데컬처웍스 관계자와 콘텐츠 현안 관련 인터뷰를 가졌다.
롯데컬처웍스는 1999년 9월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를 전신으로 2018년 6월 설립된 롯데그룹 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이곳은 베트남 45개 지점과 국내 138개 지점을 보유한 대표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와 21주년 의 영화 투자배급 주체 '롯데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뮤지컬, 드라마 등의 제작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신과 함께' 시리즈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산' 등 텐트폴 대작들을 비롯한 연평균 10여 편 규모의 국내영화 투자제작은 물론, 할리우드 파라마운트픽처스의 영화들을 배급하며 국내 콘텐츠 업계는 물론 대중과 긴밀히 호흡하고 있다.
김세형 투자제작팀장, 김현철 유통전략팀장 등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최근까지 이어지는 투자배급, 유통 측면에서의 시선과 함께, 국내 콘텐츠 산업계의 현황과 전망에 관해 이야기했다.
-장르나 규모 면에서 다양한 지원 폭을 보이는 롯데컬처웍스, 기본적인 선정기준과 전략이 있나?
▲김세형 : 가장 먼저 보고 신중히 보는 것이 시나리오다. 변화하는 고객 취향과 트렌드에 맞춰 재미는 물론 신선함과 엣지를 갖춘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작품의 규모는 그 이후의 일이다.
최근 크랭크업한 '전지적 독자 시점'이나 '경주기행' 등은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나리오의 매력도가 충분한 작품이다. 대규모의 텐트폴 작품은 물론, 매력도 높은 여러 작품까지 연간 6편 정도를 공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투자배급뿐만 아니라 제작자 차원에서도 여러 관점이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어떻게 바라보나?
▲김세형 : 영화시장에서 늘 독보적 상위포지션을 지향하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투자배급 측면에서의 변화 조짐이 있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입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규모의 텐트폴 작품은 물론, 매력도 높은 여러 작품까지 연간 6편 정도를 공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기획 중인 차기작?
▲김세형 : 강하늘 주연의 '스트리밍', 양우석 감독의 '대가족' 등이 하반기에 우선 개봉 대기 중이다. 여기에 최근 크랭크업한 주요작품을 비롯한 기획개발 작품을 40여 편 준비 중이다.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시네마의 매력은 무엇이라 보는지?
▲김세형 팀장 : 소재의 다양성이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 사회적 소재 등 이질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공통분모를 지닌 요소들이 재미 포인트로 어필된 것 같다. 또한, 할리우드 등 해외 대비 작품제작의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는 부수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김현철 팀장 : 이러한 K-시네마의 매력 어필은 해외 리메이크 제안 등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잠' 등 여러 작품에 걸친 제안들을 살펴보면, 작품 자체는 물론 그 안에 담은 공감 어린 메시지들을 주목하는 시선들이 많다.
-최근 영화시장의 경직으로 인해 투자제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김세형 팀장 : 팬데믹 이후 더욱 높아진 소비자 수준과 함께, 기존 제작된 작품들의 유통이 늦어지는 추세다. 그 때문에 팬데믹 시기 제작물들의 공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쭉 이어질 것 같다. 그를 감안해, 내년 하반기를 노리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신중한 접근 또한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는 OTT 쏠림현상을 보이던 제작사들이 경쟁 심화와 함께 영화계로 다시 넘어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철 : 현재 기존 플레이어들이 제작한 여러 영화에 비해 극장가 수요는 줄어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개봉 결정이나 공개채널 선택도 신중해지고 있다. 관객동원이 어려운 비수기는 물론 성수기 역시도 예민해진 고객수요를 판단해야 하기에, 개봉 자체가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의 봄, 파묘 등이 선전했지만, 그 이후 극장가에서 바로 먹힐 킬러콘텐츠의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OTT·유튜브 등 모바일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현재도 긴 호흡과 극장을 향하는 행렬들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김현철 팀장 :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라 본다. 물론 빠른 트렌드 반영과 파악을 위해서는 숏폼, 모바일 콘텐츠 화법이 주요하다. 다만 영화의 감동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극장만큼 주효한 수단은 없다고 인식되는 것 같다. 실제 2022년 개봉한 '탑건 : 매버릭'은 여전히 단체관람 수요가 존재하는데, 이는 극장용과 스마트폰용을 명확하게 나눠 감성과 트렌드를 충족하는 최근 고객들의 일면을 인식시킨다.
▲김세형 팀장 : 스마트폰에서 해결될 수 없는 사람 사이에서의 감정교감들이 극장을 찾는 주효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공간이나 시스템상의 제약이 극장의 핸디캡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모두와 몰입해서 공감하는 한 계기가 된다는 점은 극장만의 장점이다.
-투자제작 경직 가운데서도 극장가를 찾는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김현철·김세형 팀장 : 팬데믹 시기 흥행작들은 대부분 익숙함을 배경으로 신선함을 더하는 시리즈물이었다. 또한, 기존 1~2주 내로 판가름 나던 흥행지표들이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신중하게 펼쳐지며, 신규 작품의 흥행도 기존 인기작 유무와 관계없이 콘텐츠 자체 매력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는 곧 다변화된 플랫폼 접근과 함께 작품을 관람하는 소비자들의 눈이 날카로워진 영향으로, 그만큼 콘텐츠 매력도가 단단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다변화된 소비패턴에 따른 콘텐츠 업계의 대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김세형 팀장 : 역사드라마 타입에 가까운 서울의 봄, 완전 엔터테이닝의 범죄도시4, 코미디 측면의 파일럿 등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독특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장르나 규모와는 별도로 선호할만한 포인트가 있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부합할 수 있다는 기본명제가 확인된 셈이다.
특정 분야에 쏠리기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택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려는 투자배급 측면의 시선과 함께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라는 기본명제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투자배급 및 유통 전문가 시선에서 현시점의 콘텐츠 정책에 있어 필요한 지점은?
▲김세형 팀장 : 팬데믹을 기점으로 개봉되지 않은 수많은 콘텐츠와 다변화된 수요 사이의 난맥상으로 투자 회수가 안되는 상황에서, 시장환경도 얼어붙고 있다. 정책적인 펀딩이나 지원 전략들이 추진 또는 예고되지만, 그것이 미칠 실질 영향은 제한적이다. 장기적인 대책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당장 실질적인 재원이 없는 영화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나 정부의 지원 또는 투자 차원에서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이끌만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