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스타트업이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운영기술(OT), 인공지능(AI), 피싱 예방 등 사이버 보안 유망 분야에서 담금질 중인 기업이 눈에 띈다.
22일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 등에 따르면, 올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보안 기업은 16곳이다. 시드투자가 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시리즈B(5곳), 프리A(3곳), 시리즈A(2곳) 순으로, 대부분 초기 투자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투자 낭보를 전한 곳은 인증 보안 전문기업 센스톤이다.
센스톤은 KDB산업은행·ES인베스터·대덕자산운영 등 투자사로부터 총 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센스톤 측은 독보적인 일회용인증코드(OTAC) 기술력과 급성장하는 OT 보안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센스톤이 자체 개발한 단방향 다이내믹 인증 기술인 OTAC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카카오뱅크·하나카드 등에 인증 보안 적용을 마쳤으며, 국내 금융기관·금융사와 비대면 금융 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인증 수단을 공급하는 기회도 확보했다. 또 인도네시아 조폐공사의 전자수입인지 서비스에 OTAC 기술을 적용했으며, 글로벌 프로그래밍 제어장치(PLC) 제조사 2곳과 개념검증(PoC)·최소기능제품(MVP) 개발도 마쳤다. OTAC 기술이 내장된 PLC 기기 상용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OT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OT 보안 시장 규모는 올해 207억달러(약 27조원)에서 연평균 16.8% 성장해 2029년엔 449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창훈 센스톤 대표이사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OT 보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기술 연구와 사업 개발을 바탕으로 OTAC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대체 불가한 입지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 있어 양날의 검으로 통하는 AI 관련 기업도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1월 설립한 이로운앤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이로운앤컴퍼니는 기업이 회사기밀이나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이로운앤컴퍼니가 제공하는 '세이프엑스(SAIFE X)'는 기업의 소스코드 유출을 탐지하고 민간정보를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공격을 실시간으로 판별한다. MVP를 한국정보보호교육원에 공급하면서 마수걸이에 성공했으며, 망분리 개선에 발맞춰 금융권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윤두식 이로운앤컴퍼니 대표는 “금융권에서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하려면 개인정보 필터링과 오남용 방지 등이 필요하다”면서 “내년에 금융권에서 세이프엑스가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등 피싱 예방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리얼시큐는 기업용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 '리얼메일'로, 필상은 보이스피싱, 피싱, 스미싱, 큐싱 차단 애플리케이션 '싹다잡아'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시큐어링크는 엔드포인트 보안에서 나아가 네트워크 보안으로 보폭을 넓히며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큐어링크는 자체 개발한 네트워크 암호화 위협 탐지 기술을 탑재한 네트워크 장비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고준용 시큐어링크 대표는 “기존의 침입방지시스템(IPS) 등 네트워크 보안 장비의 맹점을 보완해 탐지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