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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양사의 시너지 기대 분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이 지목됐다. 현실적 탄소 감축 이행 수단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CCUS 기술 및 저장소 확보 역량을 갖춘 양사의 협력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목표 온실가스 감축량의 64%를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해 직접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등 사업 과정에서 나오는 CO₂의 절반 이상을 포집·저장하는 도전적 목표다.

SK E&S는 이와 관련 내년 상업 운전을 앞둔 호주 바로사 깔디따(CB) 가스전에서 CCS 기술을 적용한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한다. 포집한 CO₂는 생산 종료를 앞둔 동티모르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콘티넨탈 리소시스 등과 미국 중서부 지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 플랜트에 CCS 기술을 적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서밋 CCS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프로젝트에 1억1000만 달러(149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과 한 식구가 되면 CCS 사업 경쟁력은 배가된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어스온은 글로벌 에너지기업들과 협업해 CO₂ 저장소 공동 탐사권을 확보했다. 합병이 이뤄지면 양사가 CO₂ 저장소를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CO₂ 저장 용량 확대 등으로 사업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서밋 CCS 프로젝트의 경우, 미국 내 CCS 사업의 세액공제 혜택 등을 고려하면 향후 합병법인의 안정적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1~2049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를 정량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면서 현실적 탄소 감축 수단 발굴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것도 기회다.

현재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정량적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봤다. NDC 목표치 또한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헌재 재판관 5명은 “현재 부문별과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30 NDC를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NDC가 규정한 만큼 온실가스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NDC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공격적인 탄소 감축 목표치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CCUS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3월 CCUS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CO₂ 감축 목표에 도달하려면 탄소 포집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EA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 보고서에서도 “CCS 기술이 없다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헌재 판결은 CCS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CCS 기술은 인프라 구축과 대규모 투자도 중요하지만, 국제 협력 등도 매우 중요한데 SK E&S·SK이노베이션는 합병으로 관련 경쟁력을 배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