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교육 개혁, 디테일한 전략으로 미래를 실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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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준 겐트대 총장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교육과 의료 개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필수적인 과업임을 강조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시급한 현안인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교육과 의료 시스템의 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재정과 행정 권한을 이양하는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정책 개혁안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희망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옥한 토양을 가꾸고, 필요한 양분을 제공하여야 하는 이치와 같다.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요구된다. 첫째, 지방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핀란드는 과거의 중앙집권적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2016년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지방정부와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 교육의 유연성과 혁신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 차원의 교육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되,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방이 자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교육 개혁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교육 혁신에 있어 명확한 비전과 단계별 목표 설정을 통해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ICT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고, 교사 연수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였다. IT전문가 양성 비영리단체인 HITSA와 직업교육 그리고 기업가정신 교육기관인 이노브(Innove) 같은 공공기관을 통해 디지털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모든 학년에서 ICT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미래 디지털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했다.

우리나라도 교육 개혁의 각 요소에 대해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 실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AI 활용 교육과 지방 산업과 연계한 대학 교육 등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성공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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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여 입시 중심의 획일성을 탈피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교육정책은 없고 입시정책만 있다”는 말은 우리 교육 시스템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입시 중심의 교육이 그동안 많은 인재를 배출했지만, 그 대가로 학생들의 창의력은 억압되고, 과도한 경쟁은 정신 건강을 해치며, 공정한 교육 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A-레벨' 제도나 독일의 '아비투어'를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더욱 현실적이고 적합한 대안은 이미 본지에서 소개된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의 사례이다. 이 캠퍼스는 개방형 입학, 유연한 전공선택, 엄격한 학업 요건, 그리고 튜터링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와 능력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진정한 학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 대학이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를 모델로 삼아 개혁을 추진한다면, 이 변화는 연쇄적으로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쳐 대한민국 전체 교육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는 단순한 입시 제도 개선을 넘어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별 성장을 촉진하고,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교육 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다. 교육선진국인 덴마크는 공론화 위원회와 참여형 워크숍, 온라인 시민 참여 플랫폼을 통해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덴마크처럼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서 공론화 위원회를 정례화하고, 참여형 워크숍을 활성화해 각계각층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하면 높은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 개혁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개혁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단계별 목표 설정, 지방 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 입시 제도의 개선,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진국들의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혁신안을 제안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논의에서 멈춰서는 안 되고 지금이야말로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개혁은 제도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희망과 기회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이 힘을 합쳐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교육 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taejun.han@ghent.ac.kr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 이사, 대한환경위해성보건과학회 회장, 인천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