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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KARD), 사진제공=RBW·DSP미디어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을 보다 보면 간혹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Underrated(과소평가 된)’라는 댓글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문자 그대로 그 가수가 지닌 실력이나 능력에 비해 정당한 평가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 ‘Underrated’라는 댓글을 받는 조건은 은근히 까다롭다.


일단 당연하게도 이미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어도 안 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활동이 적거나 너무 무명이어도 안된다. 여기에 비록 아직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음악성이나 매력, 개성 등을 갖추고 있어야만 비로소 이 ‘Underrated’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K팝 신에도 이처럼 ‘Underrated’ 배지가 자주 따라붙는 그룹이 존재한다. 바로 4인조 혼성그룹 카드(KARD - 제이셉, BM, 전소민, 전지우)가 대표적이다.


또 카드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에 더해, ‘저평가됐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트렌드를 앞서가는 안목’이 그것이다.

물론 카드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장르나 음악을 만들어내거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는 그룹은 아니다. 하지만 카드는 아직 K팝 신에서 생소하거나 유행하기 전의 장르를 먼저 알아보고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실제로 카드가 데뷔 초부터 꾸준히 선보인 댄스홀, 레게톤, 뭄바톤 등의 장르는 이후 K팝 신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큰 유행을 일으키며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았고, 최근 BM이 솔로 앨범에서 시도한 아프로비트와 올드스쿨 힙합알앤비 등도 올여름 가장 핫한 장르로 사랑받고 있다.

그 때문에 카드가 새롭게 선보이는 앨범 ‘Where To Now? (Part.1 : Yellow Light)(웨얼 투 나우? (파트.1 : 옐로우 라이트))’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앨범의 발매 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오버 더 레인보우 카페에서 카드 멤버와 만나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단 카드 멤버들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Tell My Momma(텔 마이 맘마)’를 두고 ‘시원한 그늘 같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전소민은 “원래는 퍼포먼스 위주로 나오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이런 방향을 제안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렇게 방향을 틀어서 우리 색을 잃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막상 녹음하고 나온 것을 보니까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 같았다. 팬들에게도 우리의 시원하고 청량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제이셉은 “사실 여름을 노리고 나온 건 아닌데, 마침 시기가 여름이다. 비트 자체는 시원한데 멜로디는 따뜻한 곡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고, BM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내용도 ‘누군가가 너무 좋아서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귀여운 의미다”라고 자평했다.

또 ‘Tell My Momma’는 청량은 청량이지만 강력하고 독한 청량은 아니다. 소민은 “이 곡은 사이다같은 청량은 아니고 더운 거리를 걷다가 쉬고 싶을 때, 그늘에 들어가서 살짝 열을 식히는 것 같은 곡이다. 이 노래가 잠깐의 휴식과 힐링을 주는 그늘 같은 곡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Tell My Momma’에서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가사의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 곡에서 한글은 딱 75자만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한글 75자는 전부 제이셉이 맡았다.

제이셉은 “내가 영어 가사를 잘 못 쓰기도 하고, 가사 전체를 영어로 하지는 말자는 의견이었다. 그래도 한글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BM도 “제이셉 덕분에 K팝적인 요소가 진하게 남아있게 됐다”라며 웃었다.

또 전지우는 “사실 최근에는 팝과 K팝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많은 아티스트가 국적을 떠나 동등한 선상에 서서 음악을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영어 가사가 많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거나 K팝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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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KARD), 사진제공=RBW·DSP미디어

카드 스스로 ‘기존과 다른 음악색’이라고 천명한 것처럼, ‘Where To Now? (Part.1 : Yellow Light)’ 앨범은 그룹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시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BM은 “신호등에서 노란불(Yellow Light)이 나오면 일단 멈추지 않나. 그런 것처럼 원래 가고 있는 방향에서 잠시 멈춰서 다른 방향의 선택지에 놓인 순간을 표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지우도 “‘Where To Now? (지금 어디?)’라는 타이틀도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라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3부작으로 차례차례 보여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혹시 다음 파트는 ‘레드 라이트(Red Light)’, ‘그린 라이트(Green Light)’ 냐고 물었으나, 전소민은 단번에 “일단 ‘레드 라이트’는 아닐 것 같다”라고 답하며 기자의 저질 드립을 막았다.

전소민은 “다음 파트에 수록될 곡은 이미 준비돼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콘셉트나 타이틀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또 BM은 “다음 앨범에서 ‘그린 라이트’가 떠서 바로 딱 나아가는 것도 이상적일 수 있겠다. 두 번째 파트에도 좋은 곡이 많으니 기대해 달라”라며 웃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룹이 나아갈 미래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실 데뷔 당시 카드는 스스로도 많은 의문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전지우는 “아무래도 K팝 신이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보편적이다 보니 혼성그룹이 상상이 안 됐다. 장르도 그렇고 페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신선하게 봤다. 우리도 우리에게 확신을 갖기 어려웠고, ‘잘될까?’라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 제이셉 은 “혼성그룹이 성공한 사례를 찾으려면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게 사실이다. 회사에서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자면서 팀을 만들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걸 왜 내가 깨야 하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두려움이 컸다. 압박감이나 부담감 때문이었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런 두려움과 의문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확신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보며 ‘Underrated’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전소민은 “‘밤밤(Bomb Bomb)’까지는 회사의 의견을 우리가 따라가는 입장이었는데, 그 이후 BM이 우리를 위한 곡을 쓰면서 카드의 색이 잡혀갔다. 그런 것들로 인해서 카드의 퍼포먼스가 돋보이고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이셉도 “혼성그룹을 하면서 ‘편하다’라고 느낀 순간이 ‘Dumb Litty(덤 리티)’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때부터 마음적으로 안정을 얻었다”라며 전소민의 말에 동의했다.

전소민의 말처럼 이제는 카드의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BM도 “목적지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 과정을 즐겨야 한다. 예를 들어 뭔가를 정말로 가지고 싶을 때,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보다 갖고 싶다고 상상하고 노력할 때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걸 느꼈다. 그 과정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잘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데뷔하고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룹도 정말 많다. 그래도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받은 사랑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렇게 과정을 생각할수록 더 잘되는 것 같다”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카드에게 가장 궁금한 부분을 물었다. BM은 어떻게 유행의 흐름을 이렇게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걸까. 이와 관련해서는 심지어 같은 멤버인 전소민마저도 “나도 궁금하다. BM이 말하는 장르는 거의 항상 유행한다”라고 거들기까지 했다.

이에 카드의 영업비밀이 밝혀지나 했지만, 그 답은 생각보다 평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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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KARD), 사진제공=RBW·DSP미디어

BM은 “사실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내 취향에 따라 누가 멋있고 압도적인지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그런 걸 잘 캐치하는 친구들이 있다. 또 작곡가, 패션, 예술 등등 여러 분야에 있다 보니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곧 뜰 것 같은 아티스트도 자주 찾아보고 그 나라에서 유행할 만한 요소들을 엄청나게 보고 있다”라고 말해 답은 결국 ‘공부’에 있다는 것을 새삼 상기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다시 궁금한 대목은 ‘지금 BM이 눈여겨 보고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다.

이에 BM은 “지금도 곧 터질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는 장르가 있다. 그런데 우리 음악에 사용하려고 생각 중이라 아직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못하겠다”라고 말해 ‘기다리는 즐거움’을 추가로 선사했다.

당장 답을 듣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역시 카드와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아니다.

BM은 “팬은 우리의 동행자다. 최근에 SNS에서 팬들이 우리 1위 만들자고 으쌰으쌰 하자는 걸 보고 이미 이겼고 1위에 오른 기분이 들었다. 팬과 같이 달려가는 자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늘 팬과 함께 하는 카드가 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제이셉도 “1년 3개월 만의 컴백인데, 좋은 퍼포먼스,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을 꾹꾹 눌러 담는 데에 든 시간이었다. 좋은, 재밌는 트랙 다섯 개를 가지고 돌아왔으니, 즐겁고 기쁜 순간에 우리 카드의 음악이 항상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확실히 카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 그룹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