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영화 '빅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대중의 마음 속 청춘을 '치어리딩'할 세기말 소녀들의 저자극 청춘유머가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14일 개봉할 영화 '빅토리'는(배급 마인드마크, 감독 박범수, 8월14일 개봉)는 1999년 세기말 거제의 교내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춤과 음악으로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영화다.
이 영화는 세기말 설정이 주는 레트로감성과 함께 '응답하라 1988'로 8090 청춘감성을 일깨웠던 이혜리, 영화 '6/45',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땐뽀걸즈' 등 코믹힐링 연기강자 박세완, '닥터 차정숙', '감사합니다' 등 드라마로 라이징스타 덤에 오른 조아람, 디즈니+ '무빙'의 히어로 격인 이정하까지 대세 청춘배우들 특유의 유쾌청량한 매력들을 과장없이 풀어내며 힐링감을 선사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츤데레 식' 화법이다. 밥을 다 먹어놓은 상태에서 식사를 안하겠다며 휙 들어가버리는 필선부터 거제상고 축구부의 승리기록을 꿈꾸면서도 여유로운 척 하는 교장 선생님 등 자신의 욕심을 솔직히 말하길 부끄러워하는 듯 하면서도 챙겨놓는 각 캐릭터들의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순수한 청춘의 느낌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포인트는 캐릭터 각각의 순수매력이다. 댄서를 꿈꾸는 필선과 그의 콤비인 K-장녀 미나, 서울 전학생 세현 등은 물론 소희 (최지수 분), 순정 (백하이 분), 용순 (권유나 분), 상미 (염지영 분), 유리 (이한주 분), 지혜 (박효은 분) 등 '밀레니엄 걸즈' 9인의 모습은 힙합, 치어리딩, 민속춤, 브레이크 등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방송반, 태권도 등 각기 다른 매력이나 상황을 토대로 악의없이 담백한 결합을 보인다.
기상천외 오디션과 함께 치어리딩 동아리를 이루는 초창기의 티격태격은 물론, 첫 응원전에서의 망신 이후 새롭게 뭉치며 '장소불문' 치어리딩을 펼치는 과정에서까지 악의없이 순수하게 하나가 되는 소녀들의 모습은 세기를 넘나드는 인간적인 힐링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와 함께 축구대회 맞대결을 앞둔 현대중앙고와의 분란을 계기로 망가졌던 '밀레니엄 걸즈'가 다시 뭉치는 과정에서 불만이나 어긋남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융화하는 장면은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고향'이자 '가족', '친구'라는 근본적인 따뜻한 언어들을 느끼게 한다.
직접적인 유쾌코드 또한 볼만하다. 세현의 오빠인 스트라이커 동현(이찬형 분)을 질투하는 '필선바라기' 치형(이정하 분)의 바보스러운 슈퍼세이브가 경기장은 물론 필선의 일상에서도 펼쳐져 재미를 준다. 또한 대회 연승행진에 만족한 교장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수학 선생 사이의 대화도 은근한 유쾌포인트다.
이밖에 티저상에서도 강조된 90년대 레트로 코드는 이러한 힐링매력 위에서 빛을 발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디바 '왜불러', 듀스 '나를 돌아봐', 김원준 '쇼', 터보 '트위스트 킹', NRG '할 수 있어' 등 90년대 히트곡 메들리를 방불케하는 주요 삽입곡과 함께, 필선-미나의 90년대 오버핏 힙합스타일, '밀레니엄 걸즈'나 거제상고 학생들을 통해 비쳐지는 레트로 풍 문화는 이들을 비추는 VHS 캠코더 느낌의 영상색감과 텍스처와 함께 뉴트로 낭만과 여유로움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요컨대 '빅토리'는 고난이도의 파격감이나 거친 맛에 중독된 21세기 대중에게 담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톤으로 오히려 강하게 다가오는 뉴트로 청춘힐링 영화로 볼 수 있다.
한편 영화 '빅토리'는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0분이다. 개봉일은 이달 14일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