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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국립부경대 지속가능공학부 교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이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한 상태이며, 지난 6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 산업과 고용 2024년 여름호'에서 부산시가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감소와 기업 유출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지방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기업과 인재가 몰리는 해외 도시가 있다. 바로 텍사스 오스틴, '실리콘힐스'다.

오스틴은 과감한 세금 감면과 규제 혁파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최근 삼성전자는 오스틴 테일러에 반도체 생산 투자를 늘려 440억달러(약 59조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기업 중 하나인 오라클, 벤처캐피털 기업인 8VC와 SW 기업 퀘스천프로 등도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겼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도 주요 시설을 텍사스에 세우거나 확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오스틴 인구는 2009년에서 2019년 사이 32.4% 증가했으며, 이 증가 추세는 계속돼 2020년에서 2050년 사이에도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스틴은 인구 중 젊은 청년층이 43%를 차지해 미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거듭났다. 필자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매우 부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오스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확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이 찾아오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면 인재가 몰려든다는 당연한 이치다.

텍사스는 기업에 우호적인 세금 정책을 통해 기업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주 소득세가 없고, 법인세도 낮아 기업이 낮은 경제적 부담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오스틴의 젊은 인재들도 매력적인 요소다. 오스틴에는 많은 대학에서 고학력의 젊은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특히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텍사스 A&M 대, 라이스대 등은 우수한 연구와 교육환경을 제공하며 과학기술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오스틴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중심지로도 자리잡았다. 다양한 인큐베이터와 가속기 프로그램들은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했고, 이러한 노력은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삼성전자,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이 오스틴에 주요 시설을 세우거나 확장을 진행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기업의 존재는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력으로 작동해 더 많은 기업이 오스틴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정주 여건 면에서도 오스틴은 캘리포니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 좋은 날씨, 양질의 교육, 풍부한 문화 및 여가 활동을 제공해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싶어하는 도시가 됐다. 이는 고급 인재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오스틴 시와 텍사스 주 정부는 기업 유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스틴은 매년 3월에 열리는 SXSW(South by Southwest) 페스티벌로도 유명하다. SXSW는 음악, 영화,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축제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행사다. 이 페스티벌은 신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오스틴은 혁신과 창의성의 중심지로서 힙한 도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스틴의 성공 사례는 대한민국 지방 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기업 유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지방 도시들은 IT, 바이오테크, 친환경 에너지 등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 관련 기업과 연구 기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해외 투자와 협력을 유치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여 지역 경제를 글로벌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환경 친화적인 정책 도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며,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광 산업과 연계함으로써 젊은 인재와 기업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이며 파격적인 세금 감면, 규제 혁파, 고급 인재 양성,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지방 도시들도 활력을 되찾고 안정과 발전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지방 도시들이 오스틴의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밀한 맞춤형 전략을 세워 실행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국립부경대 지속가능공학부 교수 suh@p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