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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제공

“용대의 에너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끌렸다” 배우 여진구가 신작 '하이재킹'을 통한 20년만의 첫 악역 도전의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새 영화 '하이재킹'(6월21일 개봉)으로 돌아올 배우 여진구와 만났다. '하이재킹'은 1971년 속초발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 'F-27'를 대상으로 벌어진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한 팩션영화다.

여진구는 극 중 6.25 전쟁때 월북한 형을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 납치를 감행하는 범죄자 용대 역으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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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제공

극의 핵심을 간직한 묵직한 대사톤과 선한 눈빛 등 기존까지 비쳤던 특유의 캐릭터감을 뒤로 하고, 스타일링부터 말투까지 거친 청년의 모습으로 가다듬으며 20년만의 첫 악역을 소화한 그의 모습은 범죄사실의 재조명과 함께, 1970년대 국내 공항의 분위기는 물론 당시 대중적인 정서, 인간적인 측면들을 묘사하는 작품 흐름을 몰입감있게 이끈다.

또한 승객들의 다양한 인간적 본능을 사이에 두고, 기장과 부기장의 직업정신과 대비되는 생존과 포기 양 측면의 극단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호흡함으로써, 현재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갖게 한다.

여진구는 '하이재킹' 안팎의 다양한 비하인드 포인트와 함께, '잘 큰' 배우로서의 성숙한 연기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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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캐스팅 과정?

▲'두발로 티케팅' 당시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하)정우 형의 제안으로 시나리오를 가볍게 봤고, 한국에 와서 결정했다.

1987때 함께 했던 작가님이나 조연출에서 감독으로 올라서는 감독님까지 인원구성은 물론 시나리오 상의 이야기들을 먼저 듣고 보면서, 저도 모르게 계속 상황들을 상상하고 있더라.

원래부터 머릿 속에서 상상이 되는 작품들을 택해왔던 저로서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용대의 에너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끌렸다.

-1987, 노량 등에 이어 또 한 번 시대극에 등장했다. '하이재킹' 호흡은 어떻게 갖고 갔나?

▲1987, 노량 등의 작품들은 깊은 생각을 갖게 한다. 잊어서는 안되는 과거 서사는 물론 제가 감히 해도될까 할 정도의 분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이재킹'은 그러한 의미에서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다. 당시 뉴스기사를 기준으로 한 팩트설정과 함께, 인물의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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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처스 제공

-'용대' 캐릭터의 핵심?

▲어렴풋이 알고 있던 과거의 사건 속 범죄자로서, 그의 배경과 심리를 이해하면서도 공감적인 모습을 비추는 데는 경계했다.

물론 실제 인물이 월북한 형님과 의붓아버지 등의 관계는 물론, 중학교 수석입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빠르게 시작하면서 폭약을 만들어 놀기도 하는 등 나름의 서사를 갖고 있음에는 놀라웠다.

하지만 그러한 서사가 있다 한들, 범죄사실을 미화할 정도의 감정을 주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마 공감을 이끄는 코드로 갔다면 오히려 더 악랄한 톤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성동일·하정우 등 함께 한 선배들이 우스갯소리로 지적한 파격점, '바른생활 사나이'로서의 이미지 변신인가?

▲솔직히 그런 걸 바라지는 않는다(웃음). 논란 없는 잘 자라준 배우 중 한 명으로 계속 삶을 지켜가고 싶다. 아마 강렬한 톤의 용대 캐릭터가 주는 부담을 좀 내려주시고자 말씀하신 것 같다. 물론 기존과는 다른 표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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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특성에 맞는 강원도 사투리를 소화하는 과정도 녹록찮았을 것 같은데?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 사투리 캐릭터가 많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제주방언 수준의 생소한 억양이나 표현들이 좀 어렵긴 했다.

무엇보다 핵심에 둔 것은 지역색과 의사소통 영역의 중점이었다. 캐릭터 고유의 감정선에 집중하면 영화 본연의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반대경우에는 그 색감이 안 살기 떼문이다.

실제 범인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고, 비행기를 몇 번 탑승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 경계가 딱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하나의 위안이었다.

-초반의 폭발신 등을 비롯, 일부 독특한 포인트들이 돋보였다. 여진구가 꼽는 포인트는?

▲말씀하셨듯 초반의 폭발신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신기해했다. 폭발 직후 애니메이션처럼 스톱모션화된 모습은 물론, 이후 비행기가 떨어지는 모습까지 신선함과 실제감을 느끼게 했다.

또 비행기 전복신은 현장에서 조금 특별했다. 당연 CG일 줄 알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회전하는 장비에 탑승한 상태로 실제 촬영했다. 촬영현장부터 완성된 장면까지 소름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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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하정우·채수빈 등을 비롯해 100여명의 배우들과 현장호흡을 가졌다. 소회는?

▲진귀한 경험이다.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친근하게 촬영하다보니 선배들은 '연극같다'라고 하더라. 자연스러우면서도 묵직하게 이어지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그와 함께 100여 명의 승객역할 배우분들의 열정어린 눈빛은 제가 용대가 될 수 있는 응원이었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용대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것 같다.

-초중반부 막무가내식의 접근에서 후반의 급작스러운 감정설득, 배우로서는 어땠나?

▲감독님과 고민했던 지점이긴 한데, 아무래도 용대의 서사나 감정보다 상황에 무게를 두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삶을 마무리짓는 편안함일지 미련일지 어떤 지점인지 모르겠다. 연기할 당시에도 복합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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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 연기는 뭔가 정직한 느낌이 있다. 변주를 위한 노력은 신경쓰이지 않았을까?

▲물음표 상태에서 연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하나의 정석을 그리며 연기해온 것도 같다. 하지만 역할 여하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잘 자란 배우 여진구, 지금은 어느 정도 성장을 실감하나?

▲화이 당시 함께 했던 (김)윤석 선배가 '저와 캐릭터를 구분짓는 게 좋다'라고 조언하신 것이 지금에서야 실감난다.

어릴때만 해도 역할과 나를 일치시키는 게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며, 혼자로서의 삶을 많이 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캐릭터와 저를 분리해서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인간적인 저도 크게 다치지 않고,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신중히 접근할 수 있고 구체화시킬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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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남동생 여진구, 이후의 타이틀은 뭐가 갖고 싶나?


▲이순재, 안성기 선배님 처럼 '국민배우'가 궁극적으로는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까지 국민형, 국민삼촌, 국민아빠까지 자연스럽게 거쳐가고 싶다(웃음)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