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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순간의 실수는 누구라도 합니다.'

김호중의 팬카페에 올라온 한 팬의 글이다. 맞다. 실수는 누구라도 한다. 하지만 실수가 계속해서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김호중이 또 사고를 저질렀다. 김호중은 19일 밤 입장문을 내고 "나는 음주 운전을 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식으로 은폐를 시도한 지 10일 만이자,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창원 공연에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이로써 김호중이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도주치상, 범인도피, 증거인멸 교사, 위험운전치상,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줄줄이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호중이 논란과 범죄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이적 후 전 소속사 매니저와 정산을 둘러싼 소송을 벌였고, 이후로도 복무 특례 논란, 전 연인 폭행 논란, 상습적인 불법도박 등 한 가지만으로도 연예계 생활이 끝장나도 이상하지 않은 사건·사고를 지속적으로 저질러 왔다.

그럼에도 김호중이 멀쩡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맹목적이고 어긋난 팬심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시인한 이후 김호중의 팬카페에는 '이런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다렸다'라며 오히려 김호중을 칭찬하거나 '자식이 잘못했다고 버리는 부모를 봤나? 결과에 상관없이 기다리겠다'라고 무작정 옹호하는 글들이 연달아 게시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잘못된 팬심이 김호중과 같은 범죄자가 버젓이 활보하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트로트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한 기획사 대표는 "김호중의 경우 예전에 지방 행사에서 술이 다 깨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었다. 가수로서 기본적인 자세나 개념도 갖추지 못한 일인데, 그럼에도 팬들이 오냐 오냐를 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따끔하게 혼을 내야 스스로도 반성을 하는데, 팬들이 자꾸 무작정 옹호하기만 하니까 그걸 믿고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물론 트로트 가수 팬덤의 특성상 고령의 팬이 많고, 옛 시대를 산 어르신들은 '젊을 때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식의 마인드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옹오하고 공연장을 찾으니, 김호중처럼 점점 더 막 나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팬들이 김호중을 범죄자로 만든 데에 일조한 셈이다. 김호중뿐만 아니라 유독 트로트 가수 중에 논란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처럼 논란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는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학교 폭력 과거가 밝혀진 황영웅 등이 그렇다. 동일하게 학교폭력 과거로 인해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여러 K팝 아이돌을 비교하면, 트로트 가수를 향한 잣대가 얼마나 너그러운지 알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맹목적인 팬심은 트로트 업계의 질적 하락을 불러온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트로트 회사 관계자는 "최근 트로트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트로트에 진입하는 가수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라이브 실력이 현저히 떨어져 질적으로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생각이다"라며 "트로트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팬이 많아지다 보니 너도나도 트로트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벌어진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K팝 아이돌은 라이브에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논란'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나? 하지만 트로트 가수는 그런 분위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니 팬을 그저 돈을 갖다 바치는 대상으로만 볼 뿐, 노력도 하지 않는 가수가 늘고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김호중 사건을 계기로 여론은 물론 현재 트로트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의식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시 한번 명확히 말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더욱이 김호중이 저지른 일은 실수라고 표현할 수 없는 범죄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으로 아티스트를 위한 일인지를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