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한 지동설에 의해 1500년간 이어온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우스의 천동설은 부정된다. 이후 케플러, 갈릴레오, 뉴튼 등에 의해서 지동설은 천문학의 새 지평뿐 아니라 물리학과 과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칸트는 인식의 대전환이라는 의미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출현과 광속의 발전을 지난 2년간 지켜보면서,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같은 파장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AI 시대에 글로벌 기술 패권 주의에서의 생존과 이를 둘러싼 스타트업, 반도체, 전력과 같은 산업 생태계 이슈, 그리고 미래의 법, 제도, 사회적 체계의 변화처럼 사회적 이슈 등 한분야의 국한된 변화가 아닌 세계적인 산업, 경제 그리고 문화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과 정부 기관 중심으로 정보화가 진행됐고, 1980년대 중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산업은 급속히 성장했다. 이 시기에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이 출시됐다. 이제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며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와 스마트화가 가속되고 있다. 정보서비스는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국가적, 사회적인 인프라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수출 성장과 더불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수식어로 세계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도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정부가 주도한 정보화서비스 발전으로 IT최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이 AI시대로 넘어오면서 세계 열강들이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러한 정보화서비스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했는가를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요구하고 있는 원격지 개발, 과업변경심의위원회와 같은 제도는 기존 소프트웨어진흥법에서 다루고 있지만, 과거의 소프트웨어(SW) 산업뿐 아니라 최근 AI SW 기술 도입에 최적화되어 있는 선진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AI 산업뿐 아니라 SW 산업에 대한 가치 제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근 발생한 몇몇 공공서비스 장애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관리, 운영 예산의 제대로 반영되야 할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에 수년간의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FP단가 인상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요구에 정부 공공 정보화 사업의 예산 계획의 근간이 되는 SW개발 기능점수(FP, Function Point) 단가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인상을 앞두고 있다.

챗GPT시대 디지털 패권 확보를 위해서는 AI 디지털 산업을 이끌고 있는SW생태계의 실질적인 산업 활성화 동력이 작동해야 한다. 공공SW사업 수행 시 적정 대가 보장은 높은 품질의 결과물 제공과 기술 축적, 민간 연구개발 투자 등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정부가 이제 다른 방식으로 AI 시대의 SW산업의 육성을 시작하려 한다. 이를 통해 SW 사업 대가 현실화와 제값 받기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에 부응하여 SW 기업들은 공공 IT서비스에 대한 기업 역량 강화 및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미래 한국의 핵심 역량이 될 AI SW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SW품질 향상 및 국가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강용성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정책제도위원장·와이즈넛 대표 scott@wisen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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