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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엔터테인먼트

‘밴드 명가 JYP엔터테인먼트.’

자타가 공인하는 ‘걸그룹 명가’였던 JYP엔터테인먼트가 이제는 밴드 명가로 불리다니,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느껴지는 문장이다.

JYP엔터테인먼트가 ‘밴드 명가’가 된 데에는 당연히 데이식스(DAY6)의 존재가 큰 지분을 차지한다. 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는 2017년 2월 발표한 ‘예뻤어’와 2019년 9월 발표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여전히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JYP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가요계에 밴드 열풍을 불러오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가 데이식스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밴드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또 한 팀의 ‘데이식스스러운’ 밴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작 JYP엔터테인먼트가 꺼내든 새로운 밴드는 데이식스와는 전혀 다른, 심지어 국내 음악 신을 통틀어도 ‘희귀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드문 장르를 앞세워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게다가 이들은 불과 데뷔 2년 만에 빠르게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며 이제는 데이식스와 함께 ‘밴드 명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쌍두마차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밴드 명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 건일, 정수, 가온, 오드, 준한, 주연)가 데뷔 2년 만에 첫 정규앨범 ‘Troubleshooting’(트러블슈팅)을 발표하고, 다시 팬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2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리더 건일은 “첫 정규라서 설렌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이번 곡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면 좋겠다”라고 첫 정규를 발표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른 멤버들도 “작업하면서 라이브에서 어떻게 나올지 고민을 많이 했다. 라이브가 특히 기대되는 앨범이다”(가온), “많은 장르가 담겨있는 앨범인 만큼 많은 분이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오드), “지금까지 해온 앨범을 하면서 관객들 팬들에게 어떻게 음악을 들려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들어주는 분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준한), “1번부터 10번까지 거를 타선이 없다. 우리의 색도 많이 들어갔고 타이틀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은 정말 애정이 많이 담겼다.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정수)라며 차례차례 소감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주연은 “기존의 강렬함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오히려 과감하게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색다른 변화를 주면서도 그 안의 수록곡은 강렬한 색을 잃지 않았다. 닭과 꿩을 다 잡은 최고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패기 넘치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아 웃음을 선사했다.

웃으며 이야기하긴 했지만, 주연의 자신감은 그저 농담만이 아니다.

‘Troubleshooting’를 찬찬히 들어보면 포스트 하드코어(Post Hardcore)적인 1번 트랙 ‘No Matter’(노 매터)부터 트랜스코어 느낌의 10번 트랙 ‘불곷놀이의 밤’까지 펑크(Punk), 팝 펑크(Pop Punk), 팝 록(Pop Rock), 포스트 그런지(Post Grunge), 포스트 하드코어(Post Hardcore), 이모 록(Emo Rock), 하드 록(Hard Rock), 로큰롤(Rock and Roll) 등 다양한 장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희귀하다’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상기한 장르들은 사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마이너 중에 마이너로 분류되는 장르로, 이런 장르를 시도하는 밴드가 메이저 중에 메이저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등장했다는 것부터가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비견하자면, 데이식스가 콜드플레이(Coldplay)라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브링 미 더 호라이즌(Bring Me The Horizon)에 가깝다. 그리고 이 두 밴드가 다른 곳도 아닌 K팝 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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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엔터테인먼트

이에 문득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스스로는 자신들을 대표하는 장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었다.

건일은 “우리가 어떤 음악을 하든 록을 기반으로 하니까 가장 큰 범위로 말하면 ‘록 밴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하게 시도를 하다 보니까 얼터너티브 록이라고 하는 게 가장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긴 하다. 위에 줄줄이 열거한 장르를 하나로 묶는 상위 장르로 얼터너티브 록만한 게 없으니 말이다.

다만, ‘Troubleshooting’에서 장르적으로 가장 튀는 곡이 하나 있으니, 바로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은 엘르가든(Ellegarden)이 연상되는 J록 스타일의 팝 펑크 곡으로, ‘Troubleshooting’뿐만 아니라 역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디스코그래피를 모두 살펴봐도 비슷한 느낌의 곡을 찾기 어렵다.

이에 가온은 “우리는 곡 작업을 할 때, ‘이러이러한 곡을 쓰겠다’라고 정해놓고 작업하지 않는다.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 그중에서도 이번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은 완전히 백지상태로 시작한 곡이다. 딱 악기 구성만 구상했고, 그게 팝 펑크적인 구성이 나왔다. 그 상태로 곡을 쓰다 보니까 멜로디도 다채롭게 나왔고, J록스러운 부분도 들어간 것 같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어떤 멜로디나 스타일을 넣은 건 아니다. 그저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의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건일과 주연은 “우리는 ‘오늘은 이걸 만들어야겠다’라거나 ‘이 장르를 완성해야겠다’라는 식의 답을 정해두지 않는다. 대신 그 상황에 맞게 계속 공부를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색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라며 “일단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은 우리가 곡을 만들었을 때 내부 반응이 너무 좋았다. 멤버 모두 ‘이건 되겠다’라는 반응이었는데, 특히 정수가 뿌듯해했다”라고 덧붙였다.

주연에게 지목을 당한 정수도 “사실 멤버 다 곡은 좋아했는데, 타이틀곡으로 해도 될지는 고민이 좀 있었다. 아무래도 기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색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서 그랬다. 그래도 ‘멤버 여섯이 다 좋아하면 이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에 최종적으로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 타이틀곡에 선정된 것은 음악적으로 마음에 든 것과 더불어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가장 지금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말하고 싶은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일은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모든 노래에 진심을 담고 있지만, 이 곡만큼은 가장 진심이 많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진심이 담긴 곡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수는 “우리 세계관에서 플랫폼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살게 되는 마지막 내용를 담았는데, 우리 진심을 담은 가사가 포인트다. 우리의 이야기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고, 그중 준한이가 쓴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 가장 우리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란 키워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준한은 “처음 가사를 쓰면서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야 통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로 활동하며) 직접 경험한 내용이 담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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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엔터테인먼트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란 키워드를 만든 건 준한이지만, 이에 키워드에 가장 심취한 건 주연과 건일이었다.

주연은 “이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준한이다. 다 같이 지낸 지 3년이 됐는데, 매일 보고 살다 보니 언제가 부끄럽고, 어리고, 바보 같은지 잘 안다. 준한이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샤이했다. 그래서 계속 말도 걸고 귀찮게 하면서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서로 상호 보완을 하면서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일도 “어리고, 부끄러운 과거가 다 지났으니까 이제야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이다. 여섯 멤버들 다 부족한 면모를 갖고 있다. 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았다. 그런데 그런 걸 서로가 인정하면서, ‘네가 있어서 편안해질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에 담긴 메시지, 진심을 밝혔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음악,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아 첫 정규를 발표한 만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최대한 많은 무대에서 팬과 만날 계획이다.

건일은 “올해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클로즈드 베타’라는 게 있는데, 단독 콘서트다. 일단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개최가 이미 잡혀있고, 9월까지 계속 공연을 이어가면서 팬과 자주 만나는 소통의 창구를 열려고 한다. 또 기회가 된다면 많은 페스티벌 나가면서 우리를 처음 보는 분들과도 많이 만나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일정을 밝혔다.

앞서 말했지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굉장히 희귀한 밴드임과 동시에, 그 존재 자체가 고마운 밴드다.

그동안 국내 가요계에선 마이너 장르로 파묻혀 있던 이모 록과 팝 펑크, 하드록 등을 메이저에서 플레이하는 거의 유일한 밴드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해당 장르에 익숙해진 리스너가 늘어나면서 신 전체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마치 소속사 선배인 데이식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에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도 아직은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 구석이 있을지 몰라도 모두가 자신의 음악을 알아줄 때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주연은 “내가 어릴 때 동경했던 록스타를 보면, 다들 흰머리가 되고 할아버지가 됐어도 모여서 공연을 하더라. 그런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흰머리가 되고 할아버지가 돼도 계속 음악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오랫동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로 활동하길 바랐다.

특히 주연은 ‘세계 최고의 밴드’에 대한 야욕도 숨기지 않으며, “뮤지션이라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 모든 사람이 우리 노래를 알 때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우리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음악을 알게 되고, 그래서 그래미 어워즈에서 우리 이름이 불리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라고 원대한 포부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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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엔터테인먼트

하지만 현재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다가갔느냐는 물음에는 “거기까지 아직 많이 멀 것 같다. 이제 걸음마도 못 뗀 것 같다”라고 곧바로 꼬리를 내려 웃음을 선사했다. 대신에 그는 “개인적인 목표로는 내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밴드가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 (5 Seconds of Summer)가 있다. 그 보컬이 내 노래를 듣고 ‘주연 노래 좋다’라고 해주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 파이브 세컨즈 오브 서머를 향한 내 사랑이 닿기를 바란다”라고 열렬한 팬심을 드러내 거듭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건일은 “우리도 여섯이 뭉쳐서 같이 밥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할 때 아주 행복하다. 오래 보자, 롱런 하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다들 ‘평생 음악 할 거니까!’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라며 “그래미 어워즈나 웸블리 공연 같은 멋있는 목표도 좋지만, 우리 음악을 통해서 누군가가 계속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사람이 우리 음악을 듣고 특별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여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될 것을 다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