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비중의 역할에 걱정과 부담이 컸지만, 무언가 한계를 깨는 서막이 된 것같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용기를 지닐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됐다” 배우 김지연(우주소녀 보나)이 최근 열연한 '피라미드 게임'을 이같이 기억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에서 활약한 배우 김지연과 만났다.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 모두 섞여버린 그곳에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김지연은 극 중 백연여고 전학생으로서, 게임을 무너뜨리는 성수지 역으로 활약했다. 군인 출신 아버지의 외동딸이라는 설정에서 오는 단단한 내면 분위기와 함께, 초반 개인주의적 성향에서 점차 친구들과의 우애와 감정을 알아가는 듯한 캐릭터 성향을 촘촘이 풀어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무표정한 느낌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펼쳐지는 폭넓은 감정연기와 함께, 대척점인 백하린(장다아 분)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케미를 이끌며 현실적 몰입을 일으키는 배우로서의 매력을 입증했다.
-작품 출연배경?
▲대본의 흡입력과 함께, 소재의 신선함 속 마냥 착하지 않은 주인공의 면모가 마음에 들었다.
-최고참 선배급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기존까지 함께 호흡하던 선배들의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스스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모두 열심히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마주했다. 학교물 특성상 한 공간에서 오래도록 함께하는 동료들이 저를 너무도 좋아해줘서 감사했다.
-성수지 캐릭터의 해석?
▲웹툰 속 스타일링을 기초로 마냥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치우치지 않게 보여주는 동시에,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군인 아버지 특성상 전학을 많이 다니는 가운데, 자립심이 커졌던 수지의 서사와 함께, 겉과 속의 대조되는 모습들이 나빠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초반의 고난과 욕설연기 등 다소 파격적인 전개가 있었다. 어떠했나?
▲우선 폭력을 당하는 장면들은 마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크게 다가오더라. 수지의 감성을 따라 이해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데 집중했다.
또 욕설연기는 행동이 아닌 말로써 반격하는 수지의 모습을 최대한 현실감있게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했다. 경상도 출신 특유의 억양이 좀 좋은 작용을 한 것 같다.
-아이돌 연기의 강나언, 데뷔 첫 주연 장다아 등 연관관계가 많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강나언 배우(임예림 역)는 아이돌 연기를 너무 잘해서 신기했다. 스타일링부터 퍼포먼스까지 연습생을 하지 않더라도 저리 잘할 수 있나 싶어서, 아이돌할 생각이 없었냐고 물어봤을 정도다(웃음)
장다아 배우는 백하린 캐릭터와는 정 반대의 순둥하고 예의바른 친구다. 처음 봤을 때 아이브 장원영과 많이 닮은 외모에 신기했지만,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연기하다보니 배우로서의 색다른 매력에 또 다른 신기함을 느꼈다.
-기억에 남는 장면?
▲다함께 고생했던 마지막 피라미드 게임, 그 장면은 2학년 5반에서의 마지막 신이기도 해서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었다.
또 명자은(류다인 분)과 백하린(장다아 분) 세 명이서 함께호흡한 보육원 화재신은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라는 명제를 강조하는 속시원한 신으로 생각된다.
-스스로 마주했던 신선한 모습은 어떠한 지점?
▲개인적으로 서바이벌 신에서의 모습들이 신선했다. 수지를 비롯한 인물들이 모두 겁먹었고 상처받았지만, 그를 다시 회복하는 모습들이 색달랐다.
또 표지애(김세희 분)의 모습에 동료들 대부분이 감정적으로 몰입했던 신이기도 해서 특별하다.
-실제 상황으로 마주했다면 어땠을까?
▲실제로는 연습생활을 하느라 학교추억이 많지 않다. 그래서 실제 표현하는데도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용기있는 수지의 모습과 함께, 실제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떠한 정당성 없이 가해자는 가해자일뿐, 방관자의 죄도 짚어준 것이 매력적이다.
-성수지와 김지연의 싱크로율은?
▲처음 대본에서는 저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 생각했지만, 촬영하다보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인물이라고 느껴졌다.
가장 비슷한 것은 이성적인 느낌이 강한 T성향(웃음)이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성수지 외에 욕심났던 캐릭터가 있다면?
▲수지와의 대척점에 있는 하린 캐릭터가 지닌 사이코패스 컬러를 표현해봐도 재밌을 것 같았다. 기존까지 비슷한 컬러감을 주던 캐릭터를 주로 해왔던 것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김지연에게 '피라미드 게임'?
▲큰 비중의 역할에 걱정과 부담이 컸지만, 무언가 한계를 깨는 서막이 된 것같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용기를 지닐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됐다.
-연기만족도?
▲여느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많은 고민이 있을 때는 (김)태리 언니에게 자문을 많이 구하는 편이다.
-차기작?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장르물 속 다크 캐릭터, 강렬한 톤, 액션이나 시대물 모두 욕심난다.
-우주소녀 보나에서 배우 김지연으로의 성장,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멤버들끼리 서로 응원해주고 있다. 이번에는 다영이가 모니터링 많이 해주더라(웃음). 이번 작품을 찍으며 그동안의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제 딴에는 쉬지않고 활동하면서 다양한 노력들을 왔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생각과 마음이 바뀌긴 하지만, 앞으로도 한 작품씩 애정을 담아 호흡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