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⑤양오봉 전북대 총장 “경쟁 대상은 수도권 아닌 세계…플래그십 대학으로 지역 동반 발전 이끌 것”

전북 14개 시군에 지역발전연구소 설립 계획
폐교 서남대 부지 활용해 글로컬 캠퍼스 활용
미 UC버클리 주 예산 14%…대학 장기투자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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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전북대는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유일하게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다. 범지역적인 연대와 협력은 전북대가 꼽는 주 선정 요인이다. 글로컬대학30을 위해 전북대가 내건 모토는 '전북과 지역대학을 세계로 이끄는 플래그십 대학'이다. 함대의 선두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기함(플래그십)을 자처했다. 지역의 맹주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전북대는 플래그십 대학으로 지역별 캠퍼스와 산업체 간 벽을 허무는 대학·산업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북 14개 시·군에 세워질 지역연구소는 향후 다른 지자체에서 참고하게 될 전북대만의 모델로 키운다. 온·오프라인 국제캠퍼스(센터)와 국내캠퍼스는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000명을 유치하는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내국인 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도 전북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정주할 수 있도록 대학의 총역량을 동원할 준비도 이미 마쳤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더 이상 수도권을 바라보지 않고 전 세계의 인재를 전북으로 끌어와 교육할 수 있는 도약의 시점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에듀플러스는 양 총장을 만나 앞으로 포부와 전망을 들어봤다.

-총장 취임 1년이 지났는데 대학 정책이 급변한다. 총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대학의 위기이자 격변기이다. 전북대는 혁신을 통해 소프트랜딩 할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 살려 교육강국으로 나가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 토대는 글로컬대학30이 될 것으로 본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컬대학30을 통해 혁신 계획서를 냈다. 그동안 보편적 관념은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가 성공해보자'였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세계적 명문대학이 돼 우리 지역으로 외국 인재를 불러모으려 한다. 글로컬대학에 온 외국인 인재는 전북에서 학업하고, 전북에서 필요한 인재로 고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다.

-전북대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위해 내건 모토는 '플래그십 대학'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인가.

▲플래그십은 해군의 기함을 의미한다. 전북대가 가장 선두에서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의미에서 플래그십 대학의 비전을 세웠다. 전북대는 1000명이 넘는 최고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수준의 학문 분야를 자랑한다. 플래그십 대학은 지역의 발전을 대학이 이끄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대학 따로, 지자체 따로 이분화 돼 있었다. 이제 대학과 지역은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대학이 가진 우수한 역량을 지역발전에 적극 접목하려고 한다. 그래서 만든 모델이 14개 시·군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지역발전연구소이다. 이를 통해 지역발전 대책을 찾을 계획이다.

-지역발전연구소라는 모델이 독특하다.

▲플래그십의 실질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 지역발전연구소이다. 전북 지역 내 14개 시·군이 있다. 전북대에서 각 시·군에 연구소를 만들고 교수들을 연구원으로 겸직 발령 내 연구소에서 실질적 행정이나 연구를 발전시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완주나 남원은 인구 13~18만 정도의 작은 기초단체로 자체적 연구소를 보유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대학은 모든 분야의 인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소를 통해 해당 지역에 필요한 장기 발전계획을 수행하려 한다. 연구원들은 대학 교수,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다. 주로 그 지역 출신의 교원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발령할 것이다. 연구소에는 시·군이 예산을 투입하고, 대학은 인건비를 지원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면서 이상적 관·학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연구는 지역에서 필요한 연구, 진짜 지역과 밀접하게 연계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진정한 지역과 기관에 봉사하는 역할, 이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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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오봉 총장은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하는 모델로 지역발전연구소를 내세웠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글로컬대학30의 또 다른 역할은 연대다. 올해 사업부터 '연합 모델'이 추가 됐는데 지역 거점대로서 주변 대학과의 연합 계획이 있나.

▲지역의 모든 대학이 공존하는 것이 글로컬대학30의 주된 목표 중 하나다. 글로컬대학30에 투입되는 지자체 대응 자금 1000억원 중 500억원을 공유 인프라 구축, 공유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지역대학과 함께 활용하려 한다. 주변 대학과 함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공유하면서 공동학위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북대가 보유한 우수한 교육과 연구 인프라, 시설 및 장비, 대학 내 편의시설도 도내 대학 학생들에게 전면 개방할 것이다. 지난달 군산대에 이어 원광대와 순차적으로 전북대 시설과 프로그램 공동 활용을 위한 세부 협약을 맺기도 했다.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2028년까지 유학생 5000명 유치를 선언했다. 가능하다고 보나.

▲유학생 5000명 유치 계획을 발표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과연 지역에서 가능할까'였다. 우려도 많았다. 거점국립대 유학생 수 평균이 800명인데 전북대는 2023년 기준 2100명이다. 2028명년까지 5000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북대는 현재 모로코에 한국어 강사를 보내 100명 정도 학생이 한국어 교육을 받는다. 일종의 프리스쿨을 만들어 우수 학생을 데려오고 학업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수업 과정을 거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원에 있는 서남대 캠퍼스는 유학생 전용 글로컬캠퍼스를 구상하고 있다. K-컬처, K-커머스, K-과학기술 등 학과를 신설해 유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원의 특화산업인 판소리, 코스메틱, 전통목기, 드론산업 관련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공간을 만들어 지역 특화산업 활성화도 함께 모색 중이다. 다만, 전북대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맹목적 인원 채우기와 특정 국가 편중을 지양한다. 다양한 문화를 융성하게 만드는 글로벌 대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내국인도, 외국인 유학생도 무엇보다 지역 정주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나.

▲전북대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유학생들이 지역에 정주해 생활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거 문제 해소나 유학생 취업 지원 등 정주 기반 마련에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이제 대학교육-지역기업-지역 정주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정주 기반 마련을 위해 전북지역 특화형 유학생 지역실습·현장실습 및 인턴제 도입, 외국인 유학생 창업지원센터 등을 마련한다. 중소벤처기업협회 전북지역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전라북도와 전북경제통산진흥원의 지역특화형비자사업에도 참여한다. 기업과 유학생을 매칭해 채용을 지원하고 맞춤형 취업 활동을 지원한다. 이는 유학생들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 특화형 산업에서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다면 지역 정주 인구를 늘려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대외적 혁신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부분은 학사구조 개편 등 대내 혁신이다. 특히 글로컬대학30은 대내·외 혁신을 모두 강조한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총장과 학장, 부총장과 처장 등 35명으로 구성된 대학 내 최고 의사기구인 학무회의가 있다. 전북대는 학무회의에서 이미 학사구조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학사구조는 가장 큰 변화로 구성원 대상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모든 단과대학을 직접 돌며 설명했고, 구성원 공청회와 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명회 및 공청회를 진행했다. 학생 대상으로 두 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80% 이상 학생들의 지지가 있었다. 총장 기간 중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다. 이제 바로 실행에 옮기면 된다.

-대학 혁신에 재정은 중요한 부분이다. 대학의 재정 상태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 대학 사업은 라이즈(RISE)체계로 개편되는데 그에 따른 재원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라이즈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 우리나라 대학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준하는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전북대 한 해 예산은 1조원이 좀 안 된다. 미국 UC버클리대 한 해 예산이 3조6000억원이다. 14%인 5000억원을 캘리포니아주가 지원한다. 이처럼 국가 예산을 라이즈 체계로 개편해 지역대학이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폭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발전이 가능하고 지역의 소멸도 막을 수 있다.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방향이 틀리지 않다면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맞다. 일부에서는 '예산 퍼붓기'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게 가장 경제적인 투자다. 교육 강국으로 가기 위해 10~20년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대학의 자체적인 재정 확대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올해 전북대는 개교 77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올 한 해 발전기금 77억원 모금에 도전한다. 발전기금 확대를 위해 발전지원부 조직 개편과 'JBNU 아너스 클럽'을 구성할 계획이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 강화를 통해 재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JBNU 기부 플랫폼'을 구축해 단과대학이나 학과 단위 발전기금 기부 플랫폼 구축 계획도 동시에 진행한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시작하는 대학으로서 포부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전북대는 10년 이내 국내 10위권 이내 대학,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한다. 기계·항공·제조공학, 물리·천문학, 생명과학, 의학 등 10개 학문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올해 이 분야 중 최소 2개 분야를 세계 100위권에 진입시킬 것이다. 학생의 미래형 교육을 내실화 하기 위해 2026년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AI 등 차세대 교육을 위한 첨단 정보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컬 대학은 수도권을 바라보지 않고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한다. 수도권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지원을 통해 세계 인재를 많이 교육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량 강화에 나설 것이다.

[인터뷰]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 “글로컬대학, 지방대가 살아남는 법입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화학공학 석사, 동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전북대 공과대학 화학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전북대 에너지-AI융합대학원 인력양성사업 단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2월부터 전북대 총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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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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