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준의 담다디談] 아이돌 소통, 팬 서비스 넘어선 '의미와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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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소통은 단순한 팬 서비스가 아니다. 이들의 글 하나, 말 한마디가 큰 파동을 일으키고 팬과 연예인을 넘어 친구,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K-팝의 성장 동력은 팬덤이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은 팬덤 라이프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앞다퉈 출시했다. 하이브 산하의 위버스(Weverse),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에 이어 CJ ENM도 최근 '플러스챗(Plus Chat) 2.0'을 론칭했다. 이들은 모두 '아티스트와 친밀한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다. 실시간 댓글을 남길 수 있는 라이브 방송과 게시판, 프라이빗 메시지가 주요 기능이다.

소통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소통의 깊이와 폭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셀카나 활동 후기를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점메추', '저메추' 등 식사 메뉴 추천 같은 소소한 일상부터 음악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글 하나는 소속사가 내놓은 100가지 콘텐츠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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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르세라핌(LE SSERAFIM) 허윤진이 위버스 팀 공식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달 19일 미니 3집 'EASY'로 컴백한 그는 평범한 활동 첫 주 소감으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방시혁 프로듀서와의 에피소드, 멤버들과 눈물로 지새운 밤 등 진솔한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글은 SNS와 커뮤니티에 퍼지며 르세라핌 팬덤뿐 아니라 잔뼈 굵은 K-팝 '덕후'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허윤진은 "나의 약점을 드러내기란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활과 화살을 건네고 가장 아픈 곳을 가르쳐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를 내비쳐도 쏘지 않을 거라는, 안아줄 거라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르세라핌의 이번 앨범은 당당한 모습 이면의 불안과 고민을 그렸다. 혹자는 늘 당당하던 르세라핌이 갑자기 이러한 이야기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하지만 허윤진의 글을 통해 약점을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가장 용기 있는 자이며 그것은 곧 '당당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허윤진의 진솔한 이야기는 많은 이의 공감을 샀고, 팬들은 르세라핌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허윤진과 같은 감정을 겪었던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몰입하기 시작했다. 아티스트와 '나' 사이에 동질감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스스로를 멤버들과 하나 된 '핌밀리'(르세라핌+패밀리)로 정의하며 단단하게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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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이야기할 때 세븐틴(Seventeen)도 빠질 수 없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었고 데뷔 10년 차인 지금도 위버스에서 가장 많은 알람을 울리는 그룹으로 꼽힌다. 팀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우지를 비롯해 모든 멤버가 컴백 때마다 영감의 원천, 작업기 등을 팬들과 가감 없이 공유한다. 이 과정을 통해 팬덤 캐럿(CARAT)은 세븐틴과 함께 울고 웃으며 '팀 세븐틴(TEAM SVT)'의 든든한 일원이 됐다.

가장 특별한 사례는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블로그, 트위터(현 X), 위버스 라이브의 전신인 V라이브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팬들과 교감했다. 이 중 RM은 장문의 글로 자주 소통하면서 'RM 어록'이라는 단어를 낳을 만큼 많은 이에게 울림을 주었다. 한결 같이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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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소통은 사회도 변화시켰다. 전 세계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힘을 싣고자 적극적으로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연대하는 등 팬덤을 넘어 하나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됐다.

앞서 언급한 세 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돌이 자신의 감정, 사고,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긴 팬들과의 상호작용은 팀에 거대한 지지 기반이 된다. 그리고 소통은 팬 서비스를 넘어 한 집단의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K-팝의 영향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멤버들의 진솔한 글 하나, 말 한마디가 시대정신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K-팝 시장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될 전망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