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헬스]혼합현실 헤드셋, 목 건강엔 어떨까

최근 미국IT 기업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글 형태의 비전 프로를 사용자가 착용하면 현실 공간과 함께 앱, 게임, 영화 등 각종 프로그램이 눈 앞에 펼쳐지며 가상 공간까지 누릴 수 있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일명 '공간형 컴퓨터'로 부르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IT 전문매체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발 빠르게 비전 프로 사용후기를 공유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는 중이다.

그러나 IT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사용 후기 중 공통으로 지적되는 명확한 단점도 존재했다. 바로 무게다. 비전프로의 무게는 구성에 따라 600~650g 수준으로 여타 헤드셋 제품보다 100~150g 더 무겁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장시간 착용하면 목에 부담을 주고 피로해지기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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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장

무게는 비단 비전 프로뿐만 아니라 다른 헤드셋 제품들에서도 해결돼야 할 문제로 꼽힌다. 일반 성인의 머리 무게는 약 4~6kg에 달하는데 우리 목은 이를 평생 지탱하며 곧은 자세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헤드셋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무게 중심이 얼굴 앞면에 있는 고글의 특성상 고개도 앞으로 쏠리게 된다. 이에 따라 머리 무게를 안정적으로 지탱하지 못하게 되고 목이 받는 하중 역시 평소보다 높아진다.

이는 경추(목뼈)의 정상적인 C자 배열을 일(一)자로 변형시켜 '일자목(거북목)증후군'을 부를 수 있다.또 목과 주변 부위에 부담이 지속해서 누적된다면 경추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손상을 일으켜 '목디스크'까지 초래할 위험이 크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목디스크 환자는 104만5096명으로 집계돼 10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현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에서 헤드셋 사용을 주의하고 목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목디스크 증상은 디스크가 탈출한 정도와 방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목뒤에 뻐근한 통증과 어깨, 팔로 이어지는 저림이 대표적이다. 두통과 어지럼증 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손가락 감각까지 둔해질 수 있다. 따라서 목디스크 의심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조속히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나설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목 통증을 해소하고 목디스크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약침치료, 한약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경추 위치를 교정해 목 주변에 쏠리는 압력을 낮춘다. 이어 천주혈, 대저혈 등 목과 어깨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이어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빠른 통증 완화와 염증 해소에 효과를 보인다. 더불어 환자의 증상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경추 주변 조직의 강화를 도와 오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추나요법의 목 통증 완화 효과는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미국의사협회 공식학술지 중 하나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은 진통제나 물리치료 등 일반치료법보다 목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추나요법을 받은 만성 목 통증 환자군의 통증 경감 폭은 56%에 달한 반면 일반치료군은 불과 29%에 그쳤다.

평소 혼합현실 및 가상현실 헤드셋을 자주 이용한다면 최소 1시간에 한 번씩은 헤드셋을 벗고 간단히 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실시해 목에 쌓인 피로를 풀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을 빠르게 돌려 우두둑 소리를 내는 습관은 목 관절의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지양하고 천천히 고개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또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최대한 피해야 하므로 턱을 당겨 목과 머리가 일직선이 되는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제품이 오히려 신체 건강을 해치는 뜻밖의 요인이 될 수 있다. IT 기술 개발의 변곡점을 맞이한 요즘, 편리함과 즐거움을 쫓다 정작 자신의 건강은 놓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다.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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