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차트 올킬' 비비, 여자 솔로 가수 계보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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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굿뮤직

가수 비비가 결국 '차트 올킬'을 달성했다.

비비의 '밤양갱'은 26일 현재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일간 및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며, 발매 13일 만에 ‘차트 올킬’을 기록했다.

'밤양갱'의 1위가 더 놀라운 점은 쟁쟁한 대전 상대를 모두 제치고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밤양갱'의 발매 전후로 컴백한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트와이스, TWS(투어스) 등 대형기획사 소속 인기 K팝 그룹은 물론이고, 음원 차트의 절대 강자 아이유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아이유가 앨범 발매 다음 날 일간차트 1위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9년 '마쉬멜로우' 이후 무려 15년 만의 일로, '밤양갱'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밤양갱'의 인기 이유로는 '좋은 음악'이 첫 번째로 꼽힌다. 장기하가 작사·작곡·편곡을 맡고, 비비의 화사하면서도 구슬픈 목소리가 더해진 '밤양갱'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를 완성했다.

더불어 장기하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가사와 러블리하지만 그저 달콤하지만은 않은 비비의 매력은 '밤양갱'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음악과 이를 잘 살려내는 가수가 만나, 리스너들의 귀를 완벽하게 사로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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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굿뮤직

이런 비비와 '밤양갱'의 인기는 가요계 전체로 봐도 경사다. 그간 가요계는 오랫동안 여자 솔로 가수 기근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현재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자 솔로 가수로는 아이유와 태연 정도가 꼽힌다. 다만 태연은 소녀시대 소속으로, 처음부터 솔로 가수로 데뷔해 정상에 오른 가수는 사실상 아이유가 유일하다.

또 아이유 이후 여자 솔로 가수의 계보를 이을 주인공이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밤양갱'의 히트로 비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게 됐다.

사실 비비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인정받은 지 오래나, 딱 하나, 대중적인 히트곡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밤양갱'으로 마지막 아쉬움을 해소한 지금, 비비가 역대 여자 솔로 가수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데에 더이상 반대를 할 사람은 없게 됐다.

비비가 아이유의 뒤를 이어 가요계 대표 여자 솔로 가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 점도 흥미롭다. 비비가 데뷔 초기 들었던 이야기 중에 '음란한 아이유가 돼라'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유와 비비는 모두 어린 나이에 데뷔해 뛰어난 실력으로 가요계 정상에 올랐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둘의 매력은 어딘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가수'로 성장한 아이유가 매번 컴백마다 '나도 이제 성숙해졌고, 이것도 저것도 다 알아요!'와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면, 비비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으면서도 '어머!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시치미를 뚝 떼는 느낌이다.

공연장에서 피임기구를 뿌리고 관객과 키스를 하는 등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비비와 수줍은 듯 '밤양갱'을 찾는 비비의 모습을 나란히 떠올려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괜히 비비에게 '어둠의 아이유'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이렇듯 '밤양갱'의 히트는 비비에게 많은 것은 안겨다 주었다. 이제 정상의 자리에 선 비비가 다음에 들려줄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