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박민영, '어려움 끝 찾은 캔디정신, 좋은 배우 새 꼬리표'(인터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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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스로의 삶을 계속 걸을 수 있을 동력은 결국 배우 박민영으로서의 길이 유일하다 생각했다. 이 작품은 제게 초심을 돌이키고, 많은 치유를 준 작품이다” 배우 박민영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열연의 의의를 이같이 되새겼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종영을 맞이하는 배우 박민영과 만났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이야기다.

박민영은 극 중 주인공 강지원 역을 맡아 활약했다. 경악할만한 37kg 체형의 암환자 모습부터 2회차 회귀와 함께 펼쳐지는 완벽한 스타일링 변신을 통해 회귀물의 판타지 감각을 온전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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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쓰레기 남친,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 '불여우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을 상대로 한 완벽한 복수서사와 함께, 인간적인 정서와 주체성 회복의 면모들을 정서적으로 촘촘이 보여줬다.

여기에 조력자 격인 유지혁(나인우 분)과의 로맨스 서사는 물론, 양주란(공민정 분)-유희연(최규리 분)과의 시스터즈 케미를 통해 당당한 여성서사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러한 연기면모는 7주 연속 화제성 1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쇼 부문 차트 최상위 등의 성과로 연결되며 박민영의 새로운 전성기라는 평가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들, 체감하는지?

▲시사회 단계까지도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할 정도로 기대작 단위는 아니었다. 한국적인 톤의 정서와 한, 가스라이팅 등의 소재가 결합돼 있는 새로운 결의 막장극은 될 수 있어도 이정도까지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의 가정사와 경험으로 이입되는 매력들을, 해외에서는 '두 번째 기회'라는 희망적인 이야기, K콘텐츠 특유의 시원함과 속도감이 주목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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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막장' 톤의 강렬한 대사, 생소한 기분은 아니었나?

▲2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이렇게까지 말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 말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그 덕분인지 어떤 쇼츠에서는 켜켜이 쌓인 정서 없이 보게 되면 민환이나 수민에게 복수하는 악역처럼 보이기도 하더라.

하지만 그 덕분에 지원의 독기어린 사이다가 제대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재밌기도 새롭기도 했다.

-1회차 강지원, 극단적인 감량이 걱정됐다. 실제 감량하게 된 이유는?

▲과거에는 4부, 2부, 지금은 1부 내 20분 내에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감정선을 따르기 힘들고, 몰입감을 줘야한다.

또한 암환자라는 설정 자체에 함부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대본설정에 충실히 따르면서 운동으로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건강해보이더라.

그래서 좀 극단적인 방법으로 뺐다. 이온음료 없이 쓰러질 정도로 뺐기에, 사람으로서의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상태였다. 절대로 다시 하고 싶지도,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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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감해진 오피스 스타일링 이유는?

▲욕심이 과했다(웃음). 세 번째 웹툰원작 오피스물이라 좀 더 달라지고 싶더라. 또 2회차 강지원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있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긴 머리를 푼 채 파운데이션만 해서 완벽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것까지는 괜찮았는데, 2013년 트렌드였던 레오파드, 가죽스키니, 페도라 등 여러 가운데서 오프숄더를 택했고, 그게 좀 과하게 나왔다.

2회차 박민영일 때 '예방주사룩'을 택하기 전으로 돌아가고도 싶다(웃음)

-공 들인 장면?

▲1부. 인생1회차 지원의 모습이 명확해야, 2회차의 캐릭터감과 복수의 당위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주로 친구와 남자친구의 바람을 보는 말기암 환자의 모습들을 표정과 눈동자, 내레이션, 독백 등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37킬로그램의 힘으로 최대한 악을 지르는 것이 쉽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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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 장면?

▲감독님이 연기자들의 자유로운 케미를 유도하는 성향이셨다. 원래 대본에 없던 것이라도 연기합에 필요한 애드리브나 동선을 적극 받아들여주셨다.

그러한 가운데 이이경(민환 역)과 함께하는 신 대부분 크게 몰입할 수 있었다. 둘 다 시트콤 출신이라 그런지, 리허설과 함께 많이 걷어내고 편집해야할 정도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다.

그렇게 모두가 친밀해진 가운데서 촬영을 하다보니 더 재밌게 신들이 나온 것 같다.

-수민(송하윤 분)과의 머리채신은 격렬하면서도 실감나는 맞대결로 주목된다. 에피소드는?

▲처음 어색했을 때와 좀 더 친해졌을 때의 분위기가 좀 다르다. 가짜로 하면 짐짓 유치해질 수 있기에, 서로 예뻐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심으로 연기하자고 마음먹었다.

두피 가까이 잡고 사이에 껴서 확 당기면 안아프다는 노하우를 전해듣고, 회사 워크숍신에서 제대로 표현했다.

-박민영이 꼽는 지원의 가장 통쾌한 복수는?

▲큰 신들은 당연히 통쾌해야 하는 지점이기에 제외한다면, 소소한 사무실 신이나 민환-수민을 가볍게 무시하고 지나는 것들이 통쾌하다고 생각한다.

1회차의 지원은 문자에도 즉답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2회차에서는 무시하는 모습들이 점차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둘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나 억지애교 등 다양한 모습들이 은근히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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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스토리전개 속 큰 감정변화를 위화감 없이 표현했다.

▲2회차로 돌아오기까지 실질 시간차는 10년이지만, 지원의 삶에서는 단 하루차이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서 내면의 지원도 충돌한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1회차 지원과 달라지고 싶어하는 2회차 지원의 차이를 표시해두고 그 감정선의 전환들을 조금씩 속도를 높이면서 연기했다. 그러한 모습들이 처음 수민앞에서의 떨림을 시작으로 점차 2회차 지원의 당당함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하면 갑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어색함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 수 있다.

-희연·주란 등 U&K 3인방의 케미는?

▲흔히들 '워맨스'라고 하더라. 밝고 건강한 에너지의 희연, 지원에게 언니가 돼준 주란 등 그들의 에너지로 인해 지원 스스로의 어려움을 딛고 복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지점들이 현장에서도 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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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을 향한 박민영의 몰입포인트?

▲저는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은 많이 외로움을 타는 편이다. 그때문인지 '나는 항상 배를 타고 있는 느낌. 안정되게 땅을 한 번 밟고 서있고 싶다'라는 대사처럼 지원의 외로움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또 2회차 메이크오버 상태로 거울을 보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꽤 많이 눈물을 흘렸다. 깨달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1회차 지원에게서 저를 발견하게 됐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를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회차 박민영이 된다면?

▲요즘 자주 질문을 받았다(웃음).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닐 당시 수영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다른 것 생각할 것 없이, 내가 하는 것만큼 점수를 받고 성취를 느끼는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운 것 같다.

지금은 운도 책임감도 하나같이 뒤따른다. 다만 그렇게 고민하며 마련했던 캐릭터들이 인생작 속 인생캐릭터로 남아있다. 행복했던 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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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은 여러 캔디캐릭터들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다고들 한다. 그 소회는?

▲제 안에 어떠한 한이 있는 것 같다. 10대 후반부터 연기를 해오면서,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데 따른 자기연민과 번아웃 등을 기억했다 쓰는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내남결'은 최근 2년간의 긴 동굴을 지나면서 쌓인 감정들을 쓴 것 같다.

-최근까지 불미스러운 일들에 둘러쌓였었다. 배우로서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현 시점의 소회는?

▲실수를 인정하고 괜찮아졌을 때 1대1로 마주하고 사죄를 드리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당시는 더는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던 적이 있다.

오랜 배우생활 속에서 당연시하던 평가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느끼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스스로의 삶을 계속 걸을 수 있을 동력은 결국 배우 박민영으로서의 길이 유일하다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쩌면 약간 들떠있을 수 있었던 제게 초심을 돌이키고, 많은 치유를 준 작품이다. 꼬리표처럼 따를 일들을 '정면돌파'해나가며,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언젠가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